[메르스 2주년] 확 바뀐 병문안 문화
병문안 시간 규제·슬라이딩 도어 설치 등 방문자 제한 조치 활성화
감염병 위기대응 정기 훈련과 전담팀 구축하는 의료기관도 늘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2015년 5월 국내 첫 감염 확진자가 나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약 2년이 지났다. 최종 확진자 186명 중 38명이 사망하면서 우리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는 의료기관들이 체계적인 감염병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평일 1회·주말 2회, 병문안 시간 꼭 지켜주세요"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로 병원들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가 바로 환자 병문안 제한 조치다.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은 평일 하루 1회, 주말과 공휴일 하루 2회, 회당 2∼3시간으로 병문안 시간을 지정해 놓고 그 밖의 시간에는 병문안을 제한하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 환자와 보호자의 반발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염병 예방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방문객이 대부분이 됐다는 게 이들 의료기관의 분석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병문안 시간에 대해 입원할 때부터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환자 건강을 위해 공식적 병문안 시간을 지켜 달라고 당부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아직 우리나라 문화와 정서상 병문안을 제한하는 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이 있으나 지속적인 홍보로 의식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며 "다만 지방에서 올라온 방문객까지 병문안 시간을 준수하도록 요청할 때 가끔 어려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했던 입원실이 병문안 시간 규제로 한산해지면서 환자들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올해 초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던 A 씨는 "고질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자주 병원에 입원한다"며 "병동이나 병실에 여러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 나쁜 바이러스가 옮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과거와 달리 아무나 출입할 수 없게 통제하니 치료받는 환자 입장에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병문안 관리·감독을 보다 엄격하게 하는 의료기관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지난 2016년 4월 모든 병동 입구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하고, 상주 보호자 1인에게만 전자태그(RFID) 카드 출입증을 발급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방문했을 경우에는 정해진 병문안 시간이라도 병실이 아닌 병동 중앙에 마련된 휴게실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대다수 입원 환자와 보호자가 조용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고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 시설·인력 투자로 감염병 예방 '전력투구'
의료기관들은 또 감염병 대응센터를 만들고 전담 인력을 가동함으로써 감염병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부서별 감염병과 관련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지속적인 시설 투자와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감염병이 발생한 국가를 방문했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전담 진료체계를 구축했으며, 응급실·감염내과·호흡기내과를 중심으로 협진도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다음 달 완공을 목표로 응급진료센터를 대폭 넓히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격리진료구역도 확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은 유사 상황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신종감염병 전담 인력을 구성하고, 신종감염병 대응 모의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감염 관리 전담 의사를 배치하고, 감염 관리 전담 간호사 인력을 기존 6명에서 12명으로 늘리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을 이용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응급실 밖에 설치한 선별진료소에서 고위험 감염병 위험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365일 24시간 가동체계를 구축했으며, 8개의 음압 격리병상을 별도 건물에 갖췄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시설 투자뿐만 아니라 감염병에 대한 정보 제공에도 노력하고 있다"며 "매주 월요일마다 지카바이러스·조류인플루엔자 등 해외 감염병 정보와 국내 유행 감염 질환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담은 '주간 감염병 최신정보'를 병원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k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