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첫 한국형 과학기술요람… 산업화 성공 이끌겠다"
금동화 한베과학기술연구원 초대원장 "기술혁신으로 한국 같은 발전신화 기대"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의 미래 성장을 위한 산업기술 육성을 책임질 한국·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은 지난달 5일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초대원장에 금동화(66)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을 선임했다.
베트남 정부는 애초 자국 과학기술인을 VKIST 원장으로 물색했으나 마땅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았다. 결국, 한국에 적임자 추천을 요청했고 금 원장이 VKIST를 이끌 중책을 맡았다.
금 원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6∼2009년 20대 KIST 원장을 비롯해 대한금속ㆍ재료학회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상임부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12일 쭈 응옥 아인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5년간의 임기를 공식 시작한다.
이에 앞서 금 원장은 1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베트남의 새로운 과학기술 발전 모델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금 원장은 "베트남에는 30여 개의 과학기술연구소가 있지만, 학문적 연구에 치중해있고 산업화에 대한 연구와 경험은 없다"며 "과학기술을 혁신하고 국산화를 한 뒤 이를 현지 기업에 전수해 베트남의 산업화를 선도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VKIST의 태생이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KIST와 유사하다"며 "과학기술 기반 구축을 통한 국제적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 육성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KIST 창립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존슨 대통령과 만났을 때 미국이 한국에 과학연구소 설립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데서 비롯됐다.
VKIST 설립은 2012년 3월 한국을 방문한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연 6%대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보다 저임금을 앞세운 탓에 외국 제조업체들의 하청기지에 머물며 고부가가치 창출에 한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극복하겠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의 구상이다. VKIS는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KIST 모델을 우리나라가 직접 해외에 전수하는 첫 사례다.
VKIST는 하노이 서쪽으로 약 30㎞ 떨어져 있는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에 들어선다. VKIST 건물은 대지 7만9천179㎡에 지상 4층 규모로, 2018년 7월 공사를 시작해 2020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7천만 달러(793억 원)로 한국과 베트남이 절반씩 부담한다.
금 원장은 "초기 연구원은 25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들을 KIST에서 일정 기간 연수시켜 연구능력을 키우고 기술 개발 성과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VKIST의 성공은 한국의 과학기술 브랜드 가치를 높일 기회"라며 "베트남 입장에서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제조업의 질적 발전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례를 볼 때 VKIST가 제 궤도에 오르려면 10∼15년이 걸릴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성을 지적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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