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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안동지방 대표음식 '안동찜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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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안동지방 대표음식 '안동찜닭'

양은 푸짐, 값은 저렴, 맛은 매콤달콤

(안동=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경북 안동 하면 찜닭이 먼저 생각날 만큼 '안동찜닭'은 이 고장의 대표 음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닭고기와 각종 야채, 고추, 당면이 함께 연출해내는 맛의 어울림은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영양도 만점이다. 안동찜닭의 본향(本鄕)인 안동시 서부동 안동구(舊)시장에 가면 골목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찜닭 식당들이 손님을 맞는다.






"오 마이 갓! 이게 소짜 맞아? 아휴, 이걸 언제 다 먹어!"

안동구시장의 한 찜닭 식당. 세 명의 중년 여성이 주문한 소짜 찜닭요리가 상에 놓이자 놀랍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서 걱정(?) 섞인 탄성을 내지른다. 넓적한 접시에는 갓 조리된 찜닭 음식이 하얀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며 푸짐하게 담겨 있다. 보기만 해도 배가 절로 불러지는 분량. 성인 두세 명이 먹을 수 있다는 이 닭 한 마리 소짜 음식의 가격은 2만5천원이다.

늦은 점심시간이라서 더 그랬을까? 세 여성은 앞다퉈 젓가락을 들더니 찜닭의 맛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동산처럼 불룩하게 쌓였던 음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공허한 접시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한동안 식후 정담을 주고받던 이들은 그제서야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휘둥그레진 눈으로 접시를 내려다 보더니 또다시 외친다.

"오 마이 갓! 우리가 다 먹은 게 맞아? 접시가 텅 비었네!"





◇ 1980년대 등장한 안동의 대표 음식


100여 년 역사의 안동구시장에 가면 대형 닭 조형물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서문 쪽에 높이 2m로 설치된 이 조형물은 마치 '어서 오시라'는 듯 매시 정각에 목을 움직이며 닭울음소리를 낸다. 시장의 찜닭골목은 특히 주말이면 외지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골목 양쪽으로 나란히 늘어선 찜닭전문식당은 무려 30여 곳. 콧속으로 은근슬쩍 파고드는 찜닭 내음을 맡으며 걷노라면 목구멍에서는 침이 절로 꿀꺽 넘어감을 어쩌지 못한다.

안동찜닭은 언제 탄생했을까? 안동이 전통의 고장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찜닭도 오랜 역사를 지닌 음식이려니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찜닭골목'은 1970년대만 해도 생닭과 튀김통닭을 주로 파는 '통닭골목'이었다. 튀김통닭에 다진 마늘을 듬뿍 버무려 넣어 맵고 칼칼한 맛을 내는 마늘통닭이 등장해 1980년대 초반까지 입맛을 유혹했다. 하지만 이 또한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형 프렌차이즈를 앞세운 서양식 프라이드 치킨점들이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마늘통닭은 차츰 경쟁력을 잃어갔다.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이라고 했으렷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는 법. 서양식 치킨에 손님을 빼앗긴 재래시장의 통닭식당들은 갈비찜 양념에 채소와 당면을 넣어 새로운 맛을 내는 상품 개발에 나섰다.

'남문통닭'의 대를 이은 황모(74) 할머니는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김옥희)가 1980년대 중반에 통닭을 소갈비찜처럼 만들어보자며 다섯 개의 시장식당들과 함께 나서 기존 닭볶음탕에 간장도 넣어보고 야채도 넣어보고 하다 보니 지금의 찜닭이 생겨나게 됐다"고 들려준다. 소갈비찜 양념을 찜닭에도 사용하되 청양고추를 넣어 느끼한 맛을 없애고 당면도 추가해 양을 푸짐하게 늘린 게 용케 먹혀들었다.

찜닭은 갈비찜 양념에 당면과 각종 채소를 넣어 조리한 이른바 퓨전음식이다. 종래의 닭요리는 주재료인 닭고기의 양과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찜닭은 닭, 당면, 채소가 넉넉히 어우러져 한결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먹고 남은 국물로는 밥을 비벼 먹을 수 있어 술안주뿐만 아니라 밥반찬, 간식, 찌개 등 여러 용도로도 그만이다.

"배고프던 그 시절엔 무엇보다 양이 많아야 했어요. 당면은 그래서 넣었던 거지요."

황 할머니의 회고다.

이렇게 태어난 안동찜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KBS TV의 'VJ특공대' 등에 소개되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안동찜닭생산협회 윤양금(안동대가찜닭 대표) 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인기가 크게 높아졌는데 당시 15곳이던 찜닭전문식당이 지금은 구시장에만 34곳에 이를 만큼 많아졌다"고 말한다.









◇ 닭과 채소, 당면의 환상적 어울림



안동찜닭은 닭고기에 당면과 채소, 간장과 물엿 등을 넣은 뒤 센 불로 국물을 졸이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요리의 주역인 닭은 삼계탕용보다 더 큰 것이 좋은데 부화 후 40일가량 된 닭(무게 약 1.3kg)이 최적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생닭을 직접 잘라 요리에 썼으나 요즘은 닭공장에서 배달받되 냉동하지 않은 채 신선한 상태 그대로 사용한다. 음식의 담백한 맛을 위해 불필요한 지방은 사전에 없앤다.

요리용 야채도 다양하다. 양배추, 양파, 당근, 표고버섯, 감자, 마늘, 생강, 고추 등이 들어가고 물엿, 후추, 소금, 간장도 넣는다. 주로 쓰이는 고추는 청양고추나 영양고추. 찜닭이 달콤하면서도 매운 맛이 느껴지는 것은 물엿, 간장과 함께 이 고추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솥에 각종 재료를 넣고 끓일 때 중요한 것은 불의 강도다. 닭고기와 양념 등을 넣은 뒤 화력 300도 이상의 센 불로 바짝 끓여줘야 한다. 그래야 남은 기름기가 마저 제거돼 닭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고 찜닭만의 맛깔스러움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특해진 국물에 당면과 야채, 매운 고추를 넣고 5분가량 더 끓여주면 찜닭요리가 완성된다. 단맛을 강화하고 색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 캐러멜 소스를 첨가하기도 한다.

찜닭과 함께 밥상에 오르는 음식은 김치와 깍두기, 밥 정도로 간단하다. 그만큼 찜닭의 위상은 단연 돋보인다. 안동찜닭을 맛있게 먹으려면 먼저 당면부터 공략하는 게 좋다. 퍼지기 전에 양념과 국물을 적당히 묻혀가며 입에 넣어야 쫄깃쫄깃한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이어 고기와 야채를 먹고 마지막으로 쫄아든 양념국물에 공기밥을 넣어 비벼 먹으면 배도 부르고 식감도 그만이다. 대개 4명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중짜(한 마리 반) 찜닭 가격은 3만8천원, 5명이 넉넉히 즐길 수 있는 대짜(두 마리) 값은 4만8천원이다.

한 식당에서 만난 손님 황영희(46·경북 예천) 씨는 "음식의 양이 풍성한 데다 간이 적당히 입에 맞아 먹는 맛이 그만이다"라면서 "음식은 역시 본고장에서 먹어야 제맛을 만끽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찜닭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요리이지만 특히 20대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따라서 이들 젊은층의 취향에 맞춰 찜닭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당면이나 야채 없이 닭고기에 소스만 넣는 쪼림닭이 그 한 사례다. 치즈와 가래떡을 찜닭에 넣은 치즈가래떡찜닭도 등장해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한편에서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며 맛의 깊이를 더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각종 파생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안동에 가서는 찜닭 등 향토음식을 맛보고 전통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퇴계 이황의 숨결이 느껴지는 도산서원, 안동김씨 가문의 얼이 스민 안동하회마을과 부용대, 안동호에 놓인 목책교인 월영교 등 볼거리가 많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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