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대통령 경호업무, 50여년만에 경찰로 넘어가나
청와대 경호실 폐지…경찰청에 '대통령 경호국' 신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9일 19대 대선에서 국민 선택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인은 후보 시절 권력기관 개혁 방안의 하나로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상징이던 청와대 경호실 폐지를 공약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대통령의 24시간 일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특권 반납' 공약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직속 경호실 위상을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문 당선인은 지난 4월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과거같이 엄격한 경호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국민과 장벽을 만드는 지나친 경호를 대폭 낮춰서 국민과 대통령이 가까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경호실 폐지는 과거 정권 '적폐' 청산이라는 문 당선인의 지향점에 상징적 의미를 띠는 공약 중 하나로 평가된다. 따라서 취임 이후 이른 시일 안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맡았다.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청와대 경호실을 창설해 대통령 직속으로 운용했다. 군사정권 시절 경호실장은 주로 대통령 최측근인 군 출신이어서 무소불위 권력으로 통했다.
세계적으로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맡는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런던경찰청 산하 특별임무국, 프랑스는 경찰청 요인경호실, 독일은 연방수사청 경호국에서 여왕, 대통령, 총리 등 경호를 담당한다.
경호실이 대통령 경호업무를 주관한 이후에도 경찰은 경호실 지휘 아래 요인 경호업무를 담당해 온 터라 업무 연속성 측면에 큰 차이는 없다.
경찰은 새 정부에서 경호실 폐지 작업이 본격화하면 행정자치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계 법령인 정부조직법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개정이 가장 큰 작업이다.
경찰청에 대통령 경호국이 설치되면 경호국장 계급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장이 차관급인 조직에서 기존 청와대 경호실장(장관급)의 위상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경찰 조직 '2인자'인 치안정감은 현재 경찰청 차장과 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난다. 업무 특성상 경호국장을 경찰청 감사관처럼 외부개방형 직위로 둘 가능성도 있다.
기존 경호실 소속으로 360여명으로 알려진 경호인력을 어떻게 운용할지도 관심이다. 한시적으로 별도직군을 만들어 경찰청 소속으로 두다 이들이 퇴직하면 경찰관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교육을 거쳐 경찰관으로 특별채용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관련 입법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부입법보다는 의원입법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박광온 의원 대표발의로 정부조직법과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관련해 상징성이 큰 정책이라 당선인 의지가 강하면 연말 전에도 마무리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야당 협조를 얼마나 끌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호조직의 개편과정에서 분단국가의 국가원수에 대한 경호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제기되고 있어 최종적으로 어떻게 조정될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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