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오슬로서 6개월만에 '트랙 1.5 대화'…협상모색? 탐색전?(종합)
'4월 위기설' 넘기고 北 당국자-美 민간전문가 채널 다시 가동
만남 장소·시간 비공개…노르웨이 정부 "北 비자발급만 관여"
(오슬로=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북한과 미국은 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한 호텔에서 북한 당국자와 미국의 북한 관련 민간전문가가 만나는 형식인 '트랙 1.5 대화'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작년 11월 중순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지 6개월 만에 대좌했으며 오는 9일까지 이틀간 대화를 계속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만남 장소와 시간은 물론 이번 대화에 참석하는 대표자들의 신상조차 공개하지 않는 등 철저한 보안 속에 접촉을 진행했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등이, 미국 측에서는 수잔느 디매지오 '뉴아메리카 싱크탱크'의 국장 겸 선임연구원을 단장으로 그동안 북한과의 트랙 1.5 대화에 참가해왔던 전직 국무부 출신 북한 관련 민간전문가들이 각각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슬로 외교소식통은 "북한 당국자와 미국 민간전문가 간 대화가 오늘(8일) 오슬로 외곽에서 개최됐으며 내일(9일)까지 개최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자들도 외무성 산하 기관의 연구원 자격으로 참가한 만큼 트랙 1.5 대화라기보다는 민간 차원의 '트랙 2.0 대화'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북은 물론 노르웨이 정부도 이번 대화가 공개될 경우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면서 "노르웨이 정부는 북한 측 참석자들에게 비자만 발급했고, 양측의 대화 진행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번 북미 대화는 비록 당국 간 대화는 아니지만,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로 확대됐던 '4월 위기설'이 별 탈 없이 지나간 가운데 열려 본격적인 대화 모색의 전주곡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의 골자인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이름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았으며, 한국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는 시점에 열렸다는 점에서 본격 대화보다는 탐색전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때까지 중국을 앞세워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뒤에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역시 새로 출범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간 보기' 차원에서 대화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이번 대화에서 북핵 협상 및 북미 관계 개선의 조건과 가능성을 포함해 상호 관심사항에 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의 방북 미국인 억류사건이 잇따랐다는 점에서 이들의 석방문제도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작년 10월 하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성렬 외무성 부상,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등이 만나 '트랙 1.5 대화'를 가진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작년 11월 중순에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선희 국장과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화를 가진 바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번 북미간 대화에 대해 "(민간 차원의) 트랙 2 접촉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전세계에서 미국 정부이 관여 없이 통상적으로 열린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또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공식적인 대화재개를 원한다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는데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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