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한 표에 '멍멍'…투표장에 반려견 데려갈 수 있을까
동물 반입 규정은 없어…선관위 "투표관리관 재량이지만 소란 시 제재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0·여)씨는 4일 사전투표에서 남편 말고도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했다. 그의 한 살배기 반려견 두 마리였다.
정씨는 "연휴를 맞아 외출한 김에 남편과 함께 가까운 사전투표소를 찾아 한 마리씩 안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며 "애견 출입이 안 될까봐 걱정도 했지만, 우리 말고도 강아지를 안고 줄 서 있는 사람이 여럿이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과는 달리 반려견도 가족의 일부분으로 인정해주는 문화가 많이 확산된 것 같아 뿌듯하다"며 "강아지와 함께 '투표 인증샷'을 남기니 그야말로 '가족' 모두가 투표에 참여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가 늘어나면서 정씨의 사례처럼 투표장을 찾은 '견공'을 만나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한 치의 부정도 있어서는 안 되는 대선 투표장에 반려견을 데려가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9일 서울시선관위에 따르면 정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이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반려동물 투표소 출입 가능 여부를 다룬 규정은 없다"며 "해당 투표소 투표관리관이 재량권을 갖고, 책임을 지고 관리한다"고 말했다.
투표관리관이 반려견 출입이 투표 관리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출입을 막는다면 아쉽지만 반려견은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
투표관리관이 출입을 제지하지 않아 반려견과 함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더라도 주의는 필요하다. 반려견이 갑자기 큰 소란을 피운다면 관련법에 따라 투표소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 제166조는 투표소 안에서 또는 투표소로부터 100m 안에서 소란한 언동을 하는 경우 투표관리관이나 투표사무원이 이를 제지하고, 불응 시 투표소나 제한 거리 밖으로 퇴거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법적인 부분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떻게 판단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반려견 때문에 큰 소란이 일어난다면 주인에게 책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얌전한 반려견을 데리고 있어 무사히 투표할 수 있을 것 같더라도, 견공과 함께 투표장으로 향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최근 연일 맹위를 떨치는 미세먼지다.
유홍준 월드펫동물병원 원장은 "개는 밖에서 미세먼지를 흡입하는 것 외에도 털에 묻은 미세먼지를 핥아 2차적으로도 먹는다"며 "반려견이 집에 돌아와 몸을 털면서 미세먼지를 집에 유입시킬 우려도 있다. 미세먼지 수치가 나쁘다면 반려견은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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