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극단과 포퓰리즘 멈춰 세운 프랑스 대선
(서울=연합뉴스) 프랑스 새 대통령에 정치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이 선출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마크롱은 65% 전후의 득표로 경쟁 상대인 극우 포퓰리스트 마리 르펜을 큰 표차로 물리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른아홉 살로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의 기록이다. 사회당에서 뛰쳐나와 창당한 지 1년 남짓 만에 국회 내 의석이 전혀 없는 신생정당 '앙마르슈(전진)'를 이끌고 만들어낸 승리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전 세계가 주목한 선거였다. 대규모 난민 사태와 이슬람 테러, 소득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의 폭발로 사회적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치러진 일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선거를 좌우한 핵심 키워드는 극우 포퓰리즘과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이었다. 지난해 말 치러진 미국 대선의 재판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왔다. 마크롱의 결선 상대인 르펜은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 고립주의, 프랑스 우선주의 등을 내세워 국수주의에 호소해 왔다. 이에 대응해 개방 세력을 대표한 마카롱은 EU 잔류, 자유무역, 문화적 다원주의를 깃발로 내걸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이은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로 치명상을 입을 것을 우려하던 EU는 마크롱의 승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마크롱의 당선은 한동안 유럽을 휩쓴 극우 포퓰리즘을 멈춰 세웠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선의 극우파 패배,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의 반 EU파 실패에 이은 또 한 차례의 '반극우' 승리이다.
마크롱과 르펜이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최종 승부를 겨루게 된 배경에는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있었다. 여기에 경제력 약화로 인한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 추락에 대한 불편함까지 더해지면서 유권자의 마음은 `데가지즘(다 갈아엎다)'으로 쏠렸다. 강력한 공화당 후보가 부패 스캔들에 얽혀 몰락하면서 '데가지즘' 광풍이 일었고, 이 와중에 노동자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회당도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최종적으로 프랑스 유권자들이 내린 결론은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마크롱이었다.
마크롱의 당선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이력이 보여주듯 프랑스의 대외 경제 정책 부문에서 불확실성은 거의 해소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안보ㆍ외교 분야에서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비판해 온 현 정부의 입장이 그대로 계승될 것으로 관측돼 한국과 프랑스 양국 간 공조는 종전처럼 유지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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