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바쳐서"…교황 경호 스위스 근위병 40명 '복무서약'
512년 역사…자격 요건 까다롭고 육체적인 업무 강도도 높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을 경호하게 될 신입 스위스 근위병 40명이 6일(현지시간) 충성 서약식을 치렀다고 AFP통신 등이 7일 전했다.
스위스 근위대의 역사는 512년 전인 1505년 6월 21일 교황 율리우스 2세가 교황청 경비를 맡을 군인 200명의 지원을 스위스 티치노 주에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산악 국가로 목축 외에 주요 산업이 없었던데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야 했던 스위스에서는 용병이 주요 수입원이었다.
죽을 때까지 고용주를 지킨다는 신뢰를 제1원칙으로 삼았던 스위스 용병은 당시 외국의 영주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았다.
교황청 근위대에 입대하는 신병은 5월 6일 충성 서약을 한다.
이날은 1527년 '로마 약탈' 때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 황제의 군대에 맞서 싸웠던 바티칸의 근위대가 전멸한 날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에서 왔던 용병들은 무기와 병력에서 우세한 카를 5세의 군대가 몰려오자 도망쳤지만 스위스 용병들은 교황 클레멘스 7세를 끝까지 지키다 모두 전사했다.
교황청은 그때부터 스위스 용병들만을 근위대로 고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자국민이 외국에서 군복무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교황청은 유일하게 예외로 인정하는 곳이다. 교황청 근위대의 근위병 수는 110명을 넘지 않는다. 바티칸은 따로 군대가 없어 스위스 근위병들이 사실상 유일한 무장병력이다.
근위병이 되려면 19∼30세의 스위스 국민으로 미혼이어야 하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여야 한다. 키는 174cm를 넘어야 한다.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화려한 제복과 중세 무기인 마늘창을 들고 서 있지만 실상 이들이 비상 상황에서 사용하는 무기는 스위스제 소총이다. 일반 군대처럼 다른 중화기도 보유하고 있다.
근위대장 크리스토프 그라프 대령은 "우리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각 개인이 지급받는 묵주다"라며 "교황 경호는 무기와 충성심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려한 제복으로 교황청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근위병의 업무는 강도가 높다.
최근 입대한 근위병 파스칼 부르흐(21)는 "오래 서있다 보면 무릎부터 아프기 시작해 발, 어깨에 통증이 온다"고 말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근위병들의 관계는 매우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직접 근위병에게 카푸치노를 사다 준 일화도 유명하다.
교황은 2015년 염격한 규율을 강조했던 전임 근위대장을 임기가 다하자 해임했다. 교황청은 당시 구체적인 해임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귄위주의적인 근위대장의 부대 운영 방식을 교황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