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돈뺏기·날렵한 발차기…'진짜 강함'은 뭘까
동화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우리 동네 택견 사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약해보이는 같은 반 친구나 하급생에게 속칭 '삥'을 뜯고 주먹 한 방 날리는 걸 본능적으로 선망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나쁘지만 강하다.' '일진'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다. 어른 세상을 축소해놓은 듯한 아이들 세계에서 구조화된 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진짜 강함'이 뭔지 보여주는 동화책들이 나왔다.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시공주니어)는 어느 날 가람초등학교 담벼락에 붙은 벽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아이들은 웅성거린다. 형들에게, 친구에게 돈을 뜯기던 아이 몇몇이 전화를 걸어보지만 금세 끊어진다. "조용히 묻어 둡시다. 학기 초부터 학생들을 들쑤셔서 좋을 일은 없으니까요." 다음 날 같은 내용의 벽보가 또 붙자 교감 선생님은 입단속을 지시한다.
학교에서 CCTV를 설치한 끝에 인수와 대호가 벽보를 붙인 사실이 밝혀진다. 인수는 중학생 형에게 돈을 뜯기면서 그 돈을 마련하게 위해 대호의 돈을 빼앗은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정식으로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 게시판을 만들어 붙인다. 금품갈취를 쉬쉬하는 학교의 대처, 그런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불신과 스스로 폭력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최은영 글. 조원희 그림. 184쪽. 1만원. 초등 3∼4학년.
'우리 동네 택견 사부'(창비)의 민준이도 중학생 형들에게 용돈을 빼앗긴 아픈 기억이 있다. 새로 이사간 동네에선 누구도 돈을 뺏거나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스스로 강한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반 친구들 모두 만만하다며 괴롭히는 경수에게 다가가 일부러 어깨를 밀쳐보기도 한다.
민준이는 발차기 한 방을 연마하기 위해 동네 택견 수련관에 갔지만 금방 실망한다. 택견 사부는 영화처럼 멋진 무술을 보여주기는커녕 줄넘기랑 공놀이를 열심히 하라느니 시시한 말만 한다. 동네 꼬마들에게 풍선으로 강아지나 꽃을 만들어 나눠주는 꼴이 영락없이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머슴 같다. 게다가 반에서 가장 약한 경수까지 수련관에 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부는 수련관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어떤 남자를 제압한다. 결정적 순간에 실력을 보여준 사부를 보며 민준은 진짜 강함이 뭔지 깨닫는다. 시작은 그동안 괴롭혔던 경수에게 사과하는 일. 동화 속 택견 사부는 2003년 서울 성미산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 포클레인을 몸으로 막아낸 택견 선생님 이홍표씨를 모델로 했다. 공진하 글. 이명애 그림. 40쪽. 1만2천원. 초등 1∼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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