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委로 대우조선 '물샐틈없는 관리' 가능할까?
형식상으론 독립기구…걸맞은 역할·책임 주어지나
"잘못 관리해도 책임 없다면 '옥상옥' 또 만드는 것"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박초롱 기자 = 산업은행과 정부가 민간 주도의 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대우조선해양[042660] 경영을 관리하기로 한 것은 대우조선이 신규자금을 지원받은 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어서다.
이미 7조원이 넘는 혈세 투입이 결정된 만큼 앞으로 돈이 더 들어가는 일은 없도록 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과연 민간위원을 통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강력한 권한과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요식 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7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조선업·금융·구조조정·법무·회계·경영 등 분야별 민간 전문가 8인으로 구성되는 '대우조선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가 다음주 중 출범한다.
위원회는 형식상으로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빠진 독립기구다. 산은·수은은 위원들의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역할만 할 계획이다.
위원회의 어깨는 출범 전부터 무거울 대로 무거워진 상황이다.
채무 재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 관건은 물 샐 틈 없는 관리를 통해 대우조선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상황을 시시때때로 점검하고, 매년 진행하기로 한 회계법인 실사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위원회에 역할에 걸맞은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의 망가진 경영 관리 시스템을 복구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위원들은 비상근으로 회의에 참석해 대우조선 관련 현안을 논의하게 되며, 그 대가로 회의비 정도를 받는다. 월급이나 활동비는 따로 없다.
비상근 사외이사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의 부실에는 해외플랜트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한 경영진의 문제도 있지만 이를 방치한 사외이사와 대주주 산업은행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우조선은 2004년 이후 60여명의 고문·자문역에게 평균 연봉 8천억원씩 총 100억원 가량의 급여를 지급했다.
2008년부터 부실이 밝혀진 2015년까지 신규 임용된 사외이사 18명 중 12명은 정권과 관련 있는 낙하산 인사였다. 사외이사의 상당수가 친박계로 분류됐던 유정복 인천시장의 보좌관, 자유총연맹 이사 등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 등 대우조선의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고, 대우조선의 부실은 쌓이고 쌓이다 2015년 가을 일거에 드러나 국책은행이 4조2천억원을 투입해야 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위원회에 어떤 권한이 있고 책임은 어떻게 지는지가 중요하다"며 "대우조선을 잘못 관리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자문 기구로 남는다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조직이 또 하나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대우조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과 통합도산법 등 정상적인 틀을 우회했다"며 "여기에 더해 관리 시스템까지 계속해서 변칙적인 구조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이 방만 경영으로 한 차례 국회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만큼 사외이사와 경영관리위원회의 작동은 물론 이전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부모가 차마 자식의 용돈을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처럼 지원이 필요하면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또 방만해지곤 했다"며 "아무리 관리 체계를 잘 짜도 대우조선이 따르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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