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에 '증거삭제' 배짱…현대제철에 과태료 3억원
프로그램 사용해 자료 완전 삭제…조사방해 과태료 중 세번째로 많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현대제철[004020]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행위 조사를 피하기 위해 각종 증거자료를 고의로 삭제하고 제출도 거부했다가 수억원대의 과태료 폭탄을 맞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하고 증거자료 제출도 거부한 현대제철과 직원 11명에게 과태료 총 3억1천200만원을 부과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조사 방해로 부과한 과태료 중에서 삼성전자[005930], CJ제일제당[097950]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 방해를 이유로 2012년 3월 삼성전자에 4억원, 2011년 6월 CJ제일제당에 3억4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현대제철 소속 직원 2명은 지난해 12월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공정위 현장조사를 피하기 위해 사내 이메일, 전자파일 등을 복구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삭제했다.
이들은 공정위 공무원이 조사 시작 전 고지한 '전산자료 삭제·은닉·변경 금지'에 동의했음에도 파일 완전 삭제프로그램을 이용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3일 진행된 2차 현장조사에서는 직원들의 외부저장장치(USB) 사용 승인 현황을 숨겼다가 공정위에적발됐다.
현대제철 본사 정책지원팀은 공정위의 USB 승인 현황 요청에 "2명의 직원만 승인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는 최소 11명의 직원이 USB를 사용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이들 11명에게 증거자료가 있는 USB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임원과 현대제철 회사 차원에서도 "USB에는 개인 정보가 보관돼있다"는 이유로 조사 협조 요청을 거부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추후 확인 결과 이들 11명의 USB에는 1천여개 이상의 업무 관련 파일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조사 거부·방해 행위에 대해서 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라며 "공정위 조사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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