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보복 외교'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처했나
사드보복은 中전통 '보이콧 외교'…대처 각양각색
"초기에 손실 커도 점차 회복"…"과장된 위협 맞서싸우라" 조언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의 올해 국내 1분기 서비스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중국의 보복이 계속됨에 따라 한국이 올해만 8조5천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과 같은 고민을 다른 나라도 겪었을까. 겪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갔을까.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이 같은 '보이콧 외교'를 전통적으로 구사해왔다고 4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의 보이콧 외교기법은 184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나라와 영국 사이에 체결된 난징조약에 항의하는 의미로 상하이 지주들이 외국인에게 토지 임대를 단체로 거부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884년에는 중국의 부두 노동자가 청프전쟁의 상대국인 프랑스 배 수리를 거부하며 집단 파업에 돌입한 일도 있다.
최근 몇 년만 돌아봐도 이런 사례가 수두룩하다.
2010년 동중국해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이 충돌하자 중국은 일본에 대해 전자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금지라는 조치로 압박을 가했다.
일본과 중국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같은 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하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통제했다.
중국이 이런 보이콧 외교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런 작태의 역사가 깊은 만큼 실효성에 대한 연구도 오래 전부터 이뤄졌는데 미국 미시건대 CF 레머 경제학과 교수는 1933년 '중국 보이콧 연구' 논문에서 이 전술이 상대국에 심리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진단했다.
레머 교수는 논문에서 이를 '파업'에 비교하며 "실제 파업은 비용이 크고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파업을 하겠다는 위협은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이 이를 통해 의도한 목표를 관철한 사례도 여럿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2012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난 이후 투자 계약이 취소되는 등의 피해를 본 영국 기업들은 달라이 라마의 재입국을 막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
연어 수출 길이 막힌 노르웨이도 중국의 핵심 이익과 주요 우려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관계를 회복했다.
노르웨이 경제학자 이바르 콜스타는 노르웨이가 입은 수출 피해 규모가 7억8천만~13억달러(한화 약 8천824억~1조4천708억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했다.
콜스타는 그러면서 이런 경제보복으로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까지 가로막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운 이전 정권과 달리 친중 행보를 보이는 것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런 전술이 초기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지만 분쟁의 원인이 된 행위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며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그냥 관심 밖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급감한 교역 규모는 회복 추세를 보였다.
보이콧 외교 전술의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소속 경제학자인 안드레아스 푸쿠스는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국가의 대중국 수출 감소가 일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킬리언 하일만 교수는 2012년 센카쿠 분쟁으로 중국 내에서 격렬한 일본산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당시 일본차 수출이 32% 감소했지만 한해 뒤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이런 불매운동의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 경제의 영향력에 대한 과장된 인식을 걷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호주국립대학 국가안보학부의 로리 매드캐프 학부장은 중국 정부가 경제력을 실제보다 부풀린다며 각국 정부는 이런 인식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호주에서도 중국 광물 수입에 국가 경제가 달려 있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중국이 호주 수출 시장의 27.5%를 차지하는 국가이기는 하나 경제 전체로 보면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결국 중국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보이콧 외교의 가장 빈번한 타깃이 되는 일본은 2012년 분쟁 이후 중국 시장에 의존해선 위태롭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남아 국가 같은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보복 범위나 강도는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해질수록 위협도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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