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995·미술과 문학의 파타피지컬리즘
현명한 피·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 20세기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1995 = "불을 보는 동안은 놀랍도록 평온했고, 따뜻했고, 나중에는 희열까지 느꼈죠.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그런 내게 치를 떨었고요." (양진채 '베이비오일')
1995년 8월21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경기여자기술학원에서 원생들이 탈출을 시도하며 불을 질렀다가 3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살아남은 화자는 22년이 지난 현재까지 불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 산다.
1995년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등 처참한 재난이 유난히 많은 해였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된 해이기도 하다. 양진채·김형주·이경희·정태언·조현·진보경·채현선·허택 등 소설가 8명이 1995년을 돌아본 단편들을 묶은 테마소설집.
강. 248쪽. 1만4천원.
▲ 미술과 문학의 파타피지컬리즘 = 예술철학 연구자인 이광래 강원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서양 예술사에서 미술·문학·철학의 융합을 추적한다. 저자는 "학예에서의 경계나 장르를 가로지르기 하려는 의지와 욕망이 강한 지식인이나 예술가일수록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철학적 반성과 문예를 망라한 인문학적 통찰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프랑스 소설가 플로베르와 시인 말라르메에 주목한다.
'상호통섭주의'로 번역되는 파타피지컬리즘은 프랑스 소설가 알프레드 자리가 만든 조어 파타피지크(pataphysique)에서 유래했다. '독창적 상상력을 발휘해 생각해 낸 이상적 세계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여기에 '경계나 장르를 넘나들며 모든 것을 융합하려는 정신현상'이라는 의미를 보태 통섭과 융합의 인문학을 뜻하는 용어로 쓴다.
미메시스. 624쪽. 2만9천800원.
▲ 현명한 피 = 나이 서른아홉에 요절한 미국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1925∼1964)의 장편소설. 전쟁을 겪으며 종교적 신념을 잃어버린 주인공 헤이즐 모츠가 반(反)교회, 즉 '그리스도 없는 교회' 설립에 몰두하는 과정을 그렸다.
거짓과 폭력이 난무하는 미국 남부의 가상 도시 톨킨햄을 배경으로 삼아 종교적 근본주의에 대한 풍자로도 읽힌다. 옮긴이 허명수는 "인간의 근본적이고도 풀기 힘든 최대 문제인 죄와 구원, 진리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고 말했다.
IVP. 268쪽. 1만3천원.
▲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 20세기 = 서평가 이현우의 20세기 러시아문학 입문서. 최초의 노동자소설로 꼽히는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부터 망명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모국어 대신 영어로 쓴 '롤리타'까지 명작들을 살펴본다.
현암사. 27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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