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극은 성인과 청소년이 함께 봐야 하는 연극"
설립 6주년 맞은 국립극단 어린이연구소…4일부터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공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청소년을 단지 관객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주체로 인식하고 싶습니다. 청소년을 교육의 대상,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모든 것의 주체로 인식할 수 있도록 청소년극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립극단이 어린이청소년극 발전을 위해 2011년 설립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2일로 창립 6주년을 맞았다.
연구소는 2011년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와 작품 개발을 위해 국립극단 산하로 출범한 조직이다. 청소년 관객층을 연구·조사하고 워크숍 등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공연을 제작하고 청소년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소년이 그랬다'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4편의 청소년극을 무대에 올렸다.
연구소가 제작한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개막을 앞두고 이날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만난 김성제 연구소장은 청소년극에 대해 "청소년극이라는 명칭은 달고 있지만 모든 사람, 특히 성인이 청소년과 함께 봐야 하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청소년극하면 아직도 홍보나 캠페인을 위한 교육적 성격의 연극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청소년들도 교복을 입은 배우들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하는 연극을 청소년극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김 소장은 "청소년극과 성인극이 질적, 양식적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학교나 친구, 우정 같은 주제를 넘어선 새로운 주제와 소재를 찾아가는 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청소년극"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의 설명대로 연구소는 기존 청소년극의 틀을 깨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4일부터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개막하는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영화 '시라노'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각색한 작품으로, 진지하게 사랑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또 10월 공연 예정인 '아는 사이'는 청소년 동성애가 주제다.
연구소의 어린이청소년극은 공연 제작 과정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공연에는 17명의 청소년이 공연팀의 리허설 과정에 참여해 연습장면에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초연 당시에는 '뻐꾸기 날린다'라는 대사에 대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청소년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사를 바꾸기도 했다.
연구소는 어린이청소년극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청소년극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김 소장은 "어린이극은 한국연극계에서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수준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상대적으로 청소년극이 소외된 만큼 일단은 청소년극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연극에 대해 가장 실험적인 형식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청소년극"이라면서 "성인 연출가가 청소년극을 통해 새로운 연극적인 실험을 하고 연극의 형식과 미학, 주제에 대해 적극적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한 청소년극 실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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