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뒷맛 씁쓰레한 바른정당 '엑소더스'
(서울=연합뉴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전격 탈당했다. 지난달 28일 이은재 의원이 탈당한 뒤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한 데 이은 탈당 행렬이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지난 1월 24일 창당한 지 98일 만에 사실상 와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당 소속의원 3~4명이 추가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하니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함은 물론이고 15석 안팎의 군소정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탈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정치·경제·안보 위기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상황에서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보수 단일화를 통한 정권창출을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유승민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는 많은 노력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보수 대통합을 통해 친북좌파·패권 세력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보수 정치가 위기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 대선 판세는 이미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 최근의 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8%로, 홍 후보(21.2%),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9.4%), 정의당 심상정 후보(8.7%),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3.9%)와 큰 격차를 보인다. 그나마 보수 결집론을 내건 홍 후보가 약진하면서 중도 진영의 안 후보와 사이에 '실버 크로스'(2, 3위 간 지지율 역전)가 발생한 게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번 탈당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유 후보 지지율이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을 것이다. 그나마 보수 정당들끼리 세 결집이라도 해야 굳어져 가는 대선 판세를 흔들 수 있다는 인식도 한몫했음 직하다. 승패를 떠나 대선 이후의 정치 지형도 고려했을 법하다. 홍 후보는 "이미 국민 의사로 단일화가 됐다. 이제 승세로 돌아섰다"면서 "오늘부터 가속페달을 밟겠다"고 장담했다. 실제로 바른정당의 일부 시·도당에는 유 후보와 관련된 2차 현수막 제작을 중단하라는 공지가 내려갔다고 한다. 아직 공식화된 건 아니지만 당 차원의 대선 철수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그러나 바른정당의 절박한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 해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뛰쳐나올 때 보수 혁신과 친박(친박근혜) 청산을 내걸었는데,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묻지 마 복당'을 하는 게 얼마나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바른정당이 보여준 갈지자 행보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 실패한 뒤 홍, 안 후보와 끊임없이 후보 단일화를 모색한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당내 경선을 거쳐 공식 선출한 유 후보를 이렇게 왕따 시키는 것이 정치 도의상 옳은지 의구심이 든다. 더군다나 탈당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을 약속했다는 이면 합의설에다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다음 총선을 겨냥한 이합집산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고 하니 더욱 씁쓰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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