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야당 "알바니아계 소수당과 연정 구성 강행"
브라이언 이 미국 국부무 차관 스코페 도착…정국 타개 중재 나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케도니아에서 2년째 이어진 정국 불안 속에 급기야 의회에서 유혈 폭력 사태까지 일어난 가운데 마케도니아 야당이 폭력 사태의 단초가 된 알바니아계 정당과의 연정 구성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케도니아 사회민주당(SDSM)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 폭력에 굴하지 않고 소수 알바니아계 정당들과 합심해 정부 구성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 지지 성향의 알바니아 시위대는 SDSM이 독자적으로 의회 의장을 선출한 것을 문제삼으며 지난 달 27일 의회에 난입, 조란 자에브 SDSM 대표를 포함한 야당 의원들을 폭행하고, 경찰과 충돌해 약 100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SDSM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신임 의회 의장은 적법하게 선출됐다"며 "조만간 의원들이 새로운 정부 구성을 놓고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DSM은 부패한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집권당이 인종 갈등을 촉발시킴으로써 이번 폭력 사태를 부추겼다고 비난하고 있다.
작년 12월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49석을 획득해 집권 VMRO-DPMNE(51석)에 불과 2석 뒤진 SDSM은 집권당의 연정 구성 시도가 무위에 그치자 지난 달 알바니아어를 마케도니아의 제2 공용어로 지정하는 조건으로 알바니아계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 조르게 이바노프 대통령의 재가를 요청했다.
집권당과 가까운 이바노프 대통령은 알바니아어의 제2 공용어 지정은 마케도니아의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이를 불허했고, 집권당 지지자들은 이때부터 연일 거리로 쏟아져나와 알바니아어의 공용어 지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한편, 27일 의회 폭력 사태를 강하게 비판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은 신임 의회 의장 선출을 포함한 SDSM 주도의 연정 구성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마케도니아의 정국 교착 타개를 위해 미국이 파견한 호이트 브라이언 이 국무부 부차관보가 30일 수도 스코페에 도착함에 따라 귀추가 주목된다.
200만 인구 중 알바니아계가 4분의 1을 차지하는 마케도니아에서는 니콜라 그루에브스키 전 총리가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을 비롯한 수천 명의 통화를 수년 간 도청하고, 그의 측근들이 부패에 연루됐다는 의혹 속에 2015년 2월 사퇴한 이후 여야의 공방이 격화하며 2년 가까이 정국 혼란이 지속됐다.
작년 1월 그루에브스키 총리가 사임한 뒤 EU 중재로 2018년 예정됐던 총선을 작년 12월 앞당겨 실시했으나, 총선 결과 집권당과 SDSM이 초박빙을 이루며 연정 구성이 지연된 탓에 정정 불안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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