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미사일 위협에 북중경협 재개 불씨꺼진 中단둥
황금평특구·호시무역구·신압록강대교 수년째 중단
지역민 "北, 핵개발 멈추고 대화 나서야"
(단둥=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김정은 집권 이후 단둥을 축으로 하는 중조(中朝·중국과 북한) 경제협력이 중단된 지 오래이며 최근 핵실험·미사일 위협으로 인해 약하게 되살아나던 불씨마저 꺼질 위험에 처했다."
북한 6차 핵실험 위협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반도 군사긴장이 고조된 것에 대해 북중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시민과 상인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위기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단둥을 무대로 북중 양국이 추진해온 대형 경제협력 프로젝트의 재개가 요원해질 위기에 처하면서 강한 공감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북중 국경무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설된 단둥 호시무역구를 찾았을 때 상인들은 "무역구 정상화를 위해 북한측의 참여가 시급한데 아직도 군사도발이나 해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식 명칭 '조중변민 호시무역구'(朝中邊民互市貿易區)인 이곳은 북·중 당국의 주도로 2015년 10월 북·중 박람회 개막에 맞춰 전격 개장했으나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군사도발로 인해 1년 6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단둥시내에서 12.5㎞ 떨어진 랑터우(浪頭) 신도시 내 연면적 4만㎡ 규모로 대형전시장 20여 동을 갖췄으나 상인들이 입주한 곳은 전체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북한 상인들은 전혀 없고 모두 중국인 상인들이 입주했다.
북한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던 건물 4동은 지금까지 텅 비었고 출입구에 자물쇠가 잠긴 상태였다.
북한 농산물을 전시하는 '조선농산물거리'와 북한상품 전시교역구인 '중화풍정거리'의 전시장과 점포도 텅 비었고 내부에 오가는 사람이나 주차된 차량이 전혀 없었다.
무역구 내 아파트·사무실용 문짝 시공업체의 황(黃)모(42·여) 씨는 "랴오닝성이 처음 개설한 특수경제구역인 점을 믿고 이곳에 입주했으나 조선(북한)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반쪽짜리 운영에 그쳤다"고 말했다.
황 씨는 "무역구가 정상화되려면 단둥과 조선 신의주를 잇는 새 다리(신압록강대교)가 개통해 양국 변경민이 오가야 하는데 어제도 조선이 미사일을 쏘고 전쟁 소문이 나돌아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신도시에서 압록강 하류 방향 차량으로 10분쯤 가면 황금평(黃金坪) 경제특구가 나온다.
황금평 경제특구는 2010년 5월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압록강 하구의 섬인 황금평 공동개발을 요청한 이래 개성공단을 모델로 한 경제특구로 개발될 계획이었으나 2011년 12월 그의 사망 이후 개발이 중단됐다.
특구 개발사업을 주도하던 북한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이 2013년 12월 처형된 뒤엔 남아있던 추진력도 상실했다.
북한은 작년 4월 이후 평안북도와 중국 랴오닝성 간 지방정부 차원의 경협을 통한 황금평 개발사업 재개를 시사했으나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시행으로 무산됐다.
30일 특구를 찾아가보니 경제특구로 가는 중국 국경 출입문은 굳게 닫혔고 황금평 관리위원회 청사가 먼발치로 보였다.
황금평에는 오랜 세월 농민들이 경작을 해온 터라 개발 중단 후 지금도 농경지로 활용돼 봄철 못자리가 만들어진 모습도 보였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를 맞아 단둥에 온 외지 관광객들이 출입문과 철책 담벼락 너머를 지켜보거나 기념촬영을 했다.
베이징(北京)에서 온 닝(寧)모(47) 씨는 "가족과 함께 변경여행을 온 김에 조선(북한)과 경제협력 현장을 보려고 왔다"며 "중국 지방경제 사정이 어려운데 조선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경제개발에 함께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중 경협의 상징으로 북한 신의주와 단둥 사이 건설된 신압록강대교 개통 여부도 접경지역의 주요 관심사이다.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측 제안으로 2010년 10월 착공해 총 길이 3천26m, 왕복 4차로의 사장교(斜張橋) 형태로 2014년 10월 공사를 마무리했으나 북한 쪽 접속도로 교량 미건설로 인해 개통을 2년 6개월째 미룬 상태이다.
북한은 대교와 북측 도시의 연결도로에 대해 중국측 투자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중단했고, 다리 건설비용으로 22억2천만 위안(약 3천669억원)을 쓴 중국은 추가비용 투자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여 개통이 지연됐다.
다리 개통이 지연되면서 대교 인근 랑터우 신도시는 입주자 없는 유령도시가 됐고 신압록강대교를 찾는 이는 관광객과 이들을 상대로 한 상인들 뿐이다.
랑터우 신도시에서 신압록강대교로 연결되는 왕복 4차선 고가도로는 바리케이드로 교통이 통제돼 중국 변방부대가 경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날 대교를 찾은 조선족 운수업자 김모(53) 씨는 "단둥의 지역경제가 정상화되고 조선반도(한반도) 일대 평화가 조성되려면 하루빨리 조선이 무모한 핵개발을 중단하고 미·중·한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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