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풍전등화'…종료 언급에 재검토 행정명령까지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5년 만에 존폐 갈림길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29일(현지시간) 한미 FTA를 비롯해 그동안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renegotiate)하거나 종료(terminate)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한미 FTA 재협상을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미치광이'식 협상 전략의 하나일 뿐 실제로 한미 FTA가 폐기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규제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어 그의 발언이나 행동을 단순한 허풍으로 치부하고 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도 한미 FTA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해온 우리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하면서도 내심 재협상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봤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미 FTA 개선(reform)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하자, 개선과 재협상 혹은 개정은 엄연히 다른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종료라는 단어까지 언급되자 "그렇게 말한 배경과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이번에 행정명령이 이뤄진 무역협정 조사는 한미 FTA만 포함된 것이 아닌 데다가 취임 초부터 줄곧 주장해온 내용이라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만큼의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 재협상 등과 관련해 공식 요청받은 바 없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에 꾸준히 한미 FTA의 호혜성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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