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은사' 리영희 7주기…학자 10명이 다시 그를 말하다
신간 '리영희를 함께 읽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리가 리영희를 다시 호명하고자 한 것은 오늘의 현실을 분석하고 돌파할 길잡이를 인간 리영희와 그가 쓴 텍스트에서 찾아보기 위해서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가 '사상의 은사'로 일컬었던 리영희(1929∼2010)의 7주기를 맞아 인문학자 10명이 그의 사상과 삶을 논한 책 '리영희를 함께 읽다'(창비 펴냄)가 출간됐다.
1957년 연합뉴스의 전신인 합동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972년부터 한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리영희는 진보적 사상가이자 사회비평가, 언론학자였다. 아홉 차례 연행되고, 다섯 차례 수감됐던 그는 '실천하는 지성'으로도 불렸다.
리영희는 생전에 자신의 글이 다시는 읽히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했지만, 저자들은 시대의 사표(師表)로 그를 다시 소환했다. 리영희가 내세웠던 과제인 식민잔재 청산, 반전과 인류 평화,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아직 완전히 성취되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 중 한 명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리영희의 통일관을 분석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리영희는 남북이 으르렁거리는 상태에서는 통일을 이루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리영희가 원했던 것은 체제통합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북한은 전체주의를 바꿔 1인 체제를 누그러뜨리고, 남한은 국가보안법을 없애 사회민주주의 쪽으로 조금 더 가는 편이 좋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고 설명한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리영희 철학', 즉 그가 지향했던 바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홍 교수는 리영희 철학을 '진정한 자유인의 독립된 삶'으로 규정하면서 "그의 삶은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긴 역정이었다"고 평가한다.
또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리영희가 일본의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예리하게 비판했지만 우리나라의 친일파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면서 "한일 관계에서 리영희의 초점은 언제나 우리 자신에게 있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리영희재단과 창비학당이 함께 기획한 '리영희 함께 읽기' 강좌를 글로 옮긴 책이다. 35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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