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여행와 전동차 낙서하고 도주한 호주 관광객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여자친구와 한국에 관광을 왔다가 새벽에 홀로 지하철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그리고 달아났던 호주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수서역 인근 차량사업소에 주차된 전동차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재물손괴)로 C(22·트럭운전사)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C씨는 이달 1일 오전 3시께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차량사업소의 철조망을 끊고 들어가 전동차 오른쪽 측면에 초록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로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흰색 스프레이로 'TONGA'라는 글자를 그린 혐의를 받는다.
초록색은 육지, 파란색은 바다로 보이며 'TONGA'는 남태평양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통가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라피티라고 진술했다. 그라피티를 그린 이유는 스릴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C씨가 그라피티를 그리게 된 경위는 다소 즉흥적이었다. C씨는 지난달 31일 홍대 예술의 거리에서 공연을 보다가 만난 동양인 3명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라피티를 그릴 수 있는 곳을 추천받았는데 그곳이 수서역이었다고 한다.
C씨는 그 근처에서 스프레이를 구매했고 렌터카까지 빌렸다. 함께 여행 온 여자친구가 마포구 숙소에서 잠든 사이 C씨는 몰래 빠져나와 내비게이션을 찍고 강남구까지 운전해 갔다.
한국을 좋아하는 여자친구 때문에 C씨는 생애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한국에 입국한 C씨는 범행 다음 날인 이달 2일 일본으로 떠났다가 호주로 돌아가는 비행기로 환승하려고 들린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C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 등을 조사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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