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 김성수 '친일 인정' 판결 계기로 기념물 폐지 추진
서울시, 서울대공원 인촌 동상 철거 여부 결정할 심의위 열기로
관광공사, 인촌 고택·생가 홍보물 삭제…보훈처는 서훈 취소심사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지난달 대법원이 인촌 김성수(1891∼1955년) 선생의 친일행위를 최종 인정함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인촌을 기리는 유·무형 기념물폐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1일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이르면 이달 중 조형물 심의위원회를 열어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 있는 인촌 동상 철거 여부를 심의한다.
앞서 대법원은 인촌기념회 등이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 인촌이 일제 강점기 일간지에 징병을 찬양하는 글을 기고한 행위 등을 친일행위로 인정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자 항일단체연합회는 서울대공원 측에 인촌 동상을 철거하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대공원의 인촌 동상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관리 주체는 공원이지만, 철거 여부를 심의하는 기관은 서울시다. 실제 철거나 이전을 시행하는 주체는 건립 주체이자 동상 소유권을 가진 재단법인 인촌기념회다.
이에 따라 대공원은 지난달 28일 서울시에 인촌 동상 철거 심의를 의뢰했고, 인촌기념회에도 동상 자진 철거를 심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료를 검토한 후 이르면 이달 안에 역사·조형물 전문가들로 심의위원을 구성해 위원회를 열 예정"이라면서 "공원이나 인촌기념회 측과 협의는 하겠지만 최종 철거나 이전·보존 결정은 심의위가 한다"고 말했다.
인촌기념회는 1991년 11월11일 인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대공원 내 한마당광장에 인촌 동상을 세웠다.
항일운동가 단체들은 2011년부터 인촌 동상 철거를 요구해왔다. 그간 서울시와 대공원 측은 "인촌의 친일 여부가 소송 중이므로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면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 판결 후 이미 삭제가 완료된 인촌의 흔적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지역 명소·여행정보 소개 사이트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인촌 고택(古宅)과 전북 고창에 있는 인촌 생가에 관한 두 콘텐츠를 지난달 말 삭제했다.
인촌 생가가 있는 고창군과 인촌이 설립한 고려대가 있는 성북구는 관내에 있는 도로명주소 '인촌로'를 다른 이름으로 변경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현행법상 도로명주소를 변경하려면 주소 사용자 절반 이상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성북구 관내에만 '인촌로'를 쓰는 주소가 1천500여개에 달해 도로명주소 변경 여부 확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가보훈처도 항일운동가 단체들의 요청으로 인촌의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 심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촌은 언론·교육 분야 공로로 사후인 1962년에 건국공로훈장 복장(複章·지금의 대통령장)을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2010년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된 독립유공 서훈자 20명 중 친일행위자로 확정된 장지연 등 19명의 서훈 취소를 결정했다. 당시 인촌만 '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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