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문화예술계에 '위대한 실패'할 여건 만들어줘야"
광역·기초문화재단 문화정책 토론회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에 대한 분명한 범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국민대 석좌교수)은 28일 "문화예술계에 위대한 의미있는 실패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공공자금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시민청에서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가 주최한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문화정책 토론회' 기조발제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자금의 성과가 나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기본은 충분히 신뢰하고 사람을 키우는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문화예술활동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라며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차기 정부의 올바른 문화정책 방향을 '문화행정 권한의 분산', '시설이 아닌 사람에 대한 지원',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 후 불간섭' 등 3가지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재원을 나누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적절한 권한·업무의 분담과 시설이 아닌 사람에 중점을 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명단인 '블랙리스트'와 관련, "일부 사람들은 예전부터 해온 일인데 그게 왜 범죄냐고 하는데, 자기를 편드는 쪽에 자기 돈이 아니라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국민의 세금을 나눠 준 것이기 때문에 분명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는 일부가 몰래 산발적으로 했는데 이번엔 아주 떳떳하게 공적인 조직과 권력을 이용했다"며 "이는 권력을 사유한 것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했으나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2014년 7월 면직됐으며, 작년 말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했다.
한편, 토론회 후속 발제자로 나선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지역문화재단 역할의 재구성'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새 정부의 대통령, 장관, 국가 공무원에게는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이 요구되며, 이런 점에서 문화정책이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권 중심의 문화정책 지원체계 구축, 지역 내 청년예술가의 생존·성장·활동이 가능한 청년문화서식처 조성, 예술인 대상 기본소득제도 도입 등의 문화정책을 제안했다.
박상언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역문화 현안 대응을 통해 본 광역문화재단의 문화정책 제안' 발제를 통해 "지역문화진흥의 궁극적인 목적이 지역 간 문화격차의 해소가 아니라 지역문화분권을 통한 지역문화자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역의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정책예산을 운영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포괄적 보조금 형태로 배분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에는 전국의 15개 광역시도 문화재단과 62개 기초지역 문화재단이 소속돼 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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