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극우후보 르펜, 게릴라 전법 주도권 확보…지지율 수직상승
마크롱은 이슈경쟁 계속 밀려…결선 지지율 우위 지켰지만 하락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권 유력주자 에마뉘엘 마크롱(39·앙마르슈) 후보가 경쟁자 마린 르펜(48·국민전선) 후보의 노동자·서민 계층을 타깃으로 한 게릴라식 선거운동 전법에 말려들어 이슈를 선점당하는 등 연일 체면을 구기고 있다.
르펜은 특유의 포퓰리즘적 방식으로 깜짝 이벤트 전법을 구사하는 한편 마크롱에 대한 인신공격 발언을 이어가며 세계화에서 소외된 블루칼라와 서민계층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르펜은 27일 새벽(현지시간) 일찍부터 남부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그로 뒤 루아'를 찾아 어민 등 서민계층의 반(反)세계화 정서를 자극했다.
채 동이 트기도 전 오전 6시쯤 흰색 파카를 입은 채 참모들과 함께 항구를 찾은 르펜은 조업에 나서는 트롤어선에 탑승해 "내 할아버지도 어부였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온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르펜은 이날 4시간가량 어선에 탑승해 "월풀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일터를 떠나는 우리의 어민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마크롱을 "고삐 풀린 세계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항구로 돌아와서는 트위터 SNS에 조업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린 뒤 "우리 어민의 조업을 가로막는 유럽연합의 규제들이 너무 많다. 불합리한 제약들로부터 어민들을 해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어선 이벤트 역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트롤어선의 소유주는 2015년 지방선거 후보로 나섰던 FN 당원이었다.
마크롱은 트위터에서 즉각 공세를 취했다. 그는 "좋은 여행이 됐기를 바란다. 르펜이 내건 유럽연합 탈퇴는 프랑스 어업의 종말을 의미한다. 잘 생각해보시라"고 적었다.
르펜은 결선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마크롱을 기업규제 완화와 자유무역 만능주의자로 몰아세우며 자신이 진정한 서민의 대변자임을 보여주는 기습 이벤트를 벌이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25일 새벽에는 서민들이 주로 찾는 파리 외곽의 농수산물 시장을 찾아 마크롱에 대한 공세를 취했고, 26일에는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들이 '아미앵 전투'로 이름 붙인 기습작전으로 마크롱에 수모를 안겼다.
아미앵에서 마크롱이 노조지도자들과 가전 공장의 해외 이전에 따른 실업문제를 놓고 면담하는 사이, 르펜은 예고도 없이 이곳의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의 공장을 깜짝 방문했다.
그는 파업 중인 근로자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사진을 찍으며 마크롱을 냉혈한 신자유주의자로 공격하고. 자신이 진정한 노동자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고향에서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마크롱은 부랴부랴 월풀 공장을 찾아가 르펜이 떠나간 자리에서 공장 근로자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공장의 폴란드 이전 계획으로 실직위기에 처한 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처럼 르펜이 결선 레이스 초반부터 노동자와 서민이라는 공략대상을 확실히 포착해 유럽연합 탈퇴, 보호무역, 프랑스 우선주의를 강변하는 사이 마크롱은 연일 이슈를 선점당한 채 르펜을 뒤쫓는 신세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행보 탓인지 27일 발표된 여론조사들에서 마크롱의 결선투표 지지율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해리스인터랙티브 조사에서 마크롱은 61%, 르펜은 39%로 나왔는데 마크롱은 지난 20일 발표치보다 6%포인트나 하락했다.
오피니언웨이 조사에서는 마크롱 59%, 르펜 41%로, 마크롱은 60%도 넘지 못했다. 지난 21일 조사에서 마크롱은 65%, 르펜은 35%였다. 오피니언웨이가 하루 단위로 해온 결선 지지율 조사에서 마크롱을 상대로 르펜이 40%를 넘은 것은 지금까지 두 번뿐이다.
1차투표 1위를 확정 지은 직후부터 호화 자축연 등 구설에 휘말린 마크롱과 달리 르펜이 결선레이스 초반부터 선전한 것이 여론조사들로 입증된 것이다.
여기에다 급진좌파 진영 대선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결선진출 실패 이후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것도 마크롱의 지지율 하락에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오피니언웨이 분석 결과 1차 투표에서 멜랑숑을 지지한 유권자가 결선에서 마크롱을 찍겠다고 답한 비율은 직전 조사(55%)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오피니언웨이는 극우집권 저지 명분으로 마크롱으로 표를 몰아주자는 호소가 오히려 마크롱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결선진출 확정 직후 마크롱이 파리의 고급 비스트로에서 캠프 관계자와 지인들을 불러 자축연을 연 것도 초반 결선투표 지지율을 갉아먹은 요인이 된 것으로 평가됐다.
브뤼노 장바르 여론조사국장은 일간 레제코와 인터뷰에서 "마크롱이 이미 승리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유권자들은 마크롱이 결선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유권자를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마크롱은 27일 저녁(현지시간)에는 파리 외곽의 이민자 밀집지역을 방문해 르펜을 외국인혐오주의자라고 비난하며 공세를 취했다.
르펜은 대선 후보 중에 이민자와 무슬림(이슬람교도) 등 타문화에 가장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프랑스의 이민자 수용 규모를 연 1만명 수준으로 기존보다 95%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최근에는 아예 이민수용을 잠정중단(모라토리엄)하겠다면서 더 급진적인 국경 폐쇄를 공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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