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香萬里] 모차르트가 애지중지한 찌르레기…협주곡도 불렀다
조류학자 홉트의 200년뒤 실험기…"찌르레기는 인간과 소통하고 音따라한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는 음악만큼 동물도 사랑했다.
세상에 남아있는 모차르트의 서신들은 그가 반려견인 폭스테리어와 애완조류인 카나리아를 키웠음을 알려준다.
모차르트의 '동반자' 중에는 아주 흔한 새인 찌르레기 한 마리도 있었다.
모차르트는 돈을 쓰면 가계부에 적었는데, 1784년 5월 27일 오스트리아 빈의 거리에서 애완 찌르레기 한마리를 구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새가 모차르트 앞에서 그해 초 그가 세상에 내놓은 피아노협주곡 17번 3악장의 테마를 노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차르트는 가계부에 이 새가 노래한 소절을 악보로 적고, "아름다웠다"는 감탄까지 썼다.
모차르트는 3년간 이 찌르레기를 애지중지 길렀고 죽은 후 뒷마당에 묻었으며, 크게 슬퍼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새만큼 흔한 찌르레기가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는가.
동물학자이자 조류연구가인 리안다 린 홉트가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쓴 책이 '모차르트의 찌르레기(Mozart's Starling)'라는 신간이다.
모차르트 이후 200년을 거치는 동안 찌르레기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조류계의 '악동'으로 전락했다. 닥치는 대로 곡류를 쪼아먹고, 다른 새들을 둥지에서 몰아낸다고 해서 '날개 달린 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홉트의 신간은 이런 찌르레기의 '명예회복'을 위한 책에 해당한다.
스스로 입양한 찌르레기 한 마리에 '카르멘'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키우기 시작한 그녀는 이 조류가 인간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집안에 풀어놓은 카르멘이 자신의 어깨나 머리 위에 앉거나, 그녀가 컴퓨터로 글을 쓸 때 손가락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찌르레기는 조류 가운데 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드문 새라는 주장도 편다.
마치 앵무새처럼 카르멘도 '하이, 허니(Hi, honey)' 등 15개 마디의 말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콩은 물론 고무줄까지 집어삼키고, 날아다니려면 몸무게를 줄여야 하므로 시도 때도 없이 집안 곳곳에 배변하는 습성은 고쳐지지 않는다.
제목으로는 모차르트에 관한 책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찌르레기 탐구다.
모차르트가 찌르레기에 영감을 받아 작곡을 했다는 게 '거짓말'만은 아님을 알려주는 과학자의 '실험보고서'이기도 하다.
288쪽, 출판사 리틀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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