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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서 꿈 찾았죠"…지금 이주배경청소년 직업학교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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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서 꿈 찾았죠"…지금 이주배경청소년 직업학교에선

여성가족부 '취업사관학교'에 다문화 청소년 특화 교육과정

원광보건대 헤어미용 과정, 中·필리핀 등 4개국 20명 양성



(익산=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책상 위에 인형이 있죠? 이건 '마네킹'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마네킹으로 파마 실습을 해볼게요."

26일 전북 익산 원광보건대학교의 '헤어드레싱 실습실'에서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강의가 펼쳐지고 있었다.

원래는 미용피부테라피 학과 재학생들이 전공 수업을 듣는 강의실이지만 이날만큼은 국적도, 언어도, 나이도 제각각인 학생 2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성가족부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직업 훈련 과정인 '취업사관학교' 학생들이다. 중국·필리핀·베트남·북한 등에서 온 이주배경 청소년 16명, 한국인 청소년 4명이 선발됐다.

한국에 온 사연도 저마다 다르고, 연령대도 18∼24살로 많게는 6살 차이가 난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공통점이 거의 없지만 이들을 뭉치게 한 목표는 같다. 헤어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8개월 과정의 훈련 과정에 뛰어든 것.

조선족 출신 김정영(18) 양은 "미용사 국가자격증을 따면 미용실이나 웨딩숍 등으로 진출해 내 이름을 걸고 헤어디자이너로 일하고 싶다"면서 "등하교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려고 아예 기숙사에 들어가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서 학생들은 책상 위에 나란히 놓인 마네킹을 하나씩 맡아 파마 실습을 진행했다. 지도 교수는 모발을 조금씩 나누는 '섹션', 모발 끝에 종잇조각인 '엔드 페이퍼' 붙이기, 막대 모양인 '로드'로 모발을 감는 법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학생들은 교수의 손짓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과 귀를 집중했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복병이 등장했다. 난생처음 듣는 한국어, 외래어가 교재 곳곳에서 튀어나왔기 때문. 학생들은 틈틈이 모국어 통역을 주고받으며 돌발 상황에 대처했다.

노정애 미용피부테라피과 교수는 "이들 학생에겐 아무래도 한국어 소통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기본적인 용어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몇몇 학생은 한국인 못지않게 타고난 재능과 미적 감각이 있어 벌써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8개월 과정으로 헤어 미용을 배워 자격증에 도전한다. 공중 보건학, 미용학 개론 등 이론 시험부터 두피 모발 관리, 커트, 웨이브 파마, 염색 등 실기 시험까지 연내 통과하는 게 목표다.

한국인 응시생은 3∼6개월 과정으로 준비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주배경 청소년에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게 여성가족부의 설명이다. 직업 훈련과 동시에 한국 문화 적응, 진로 상담, 부모와의 소통 등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밖청소년지원과 박선옥 과장은 "부모의 국제결혼 등으로 성장기에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은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를 낯선 환경에서 겪어야 하는 탓에 이중고, 삼중고에 놓이게 된다"면서 "맞춤형 취업 훈련을 확대해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아울러 우리 사회의 다문화 인재로도 양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올해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취업 사관학교' 사업을 넘겨받으면서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해 특화한 교육 과정을 신설했다.

현재 취업 사관학교는 전국 9곳의 기관에 개설돼 컴퓨터 응용, 기계 조립, 간호조무사, 네일아트 등의 직업 훈련을 펼치고 있다. 이중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것이 원광보건대의 헤어미용 과정과 충남 아산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제과제빵 과정 2가지다.

내국인 참가자인 김영남(20) 군은 "헤어디자인을 배워 사회복지에도 기여하고 싶다"면서 "처음엔 수업을 외국 출신 학생들과 같이 듣는다고 해 걱정이 됐지만 막상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보니 서로 식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의지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실에는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찾아와 현장을 점검하고 직접 학생들의 목소리도 들었다. 장관과 마주앉은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이 재밌다"는 소감부터 "암기가 너무 어렵다"는 고민까지 다양한 얘기를 쏟아냈다.

강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헤어디자이너는 사람의 손과 예술적 감각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갑자기 눈앞이 높은 산으로 가로막힐 때도 있겠지만 '내 힘으로 넘어보자'는 다짐하면 어느새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언젠가 여러분 중 한 명이 제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좋아요"라고 답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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