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팬 야유 받은 이정현 "안 좋은 모습 보여 죄송하다"(종합)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30)이 서울 삼성 팬들의 야유에 시달렸다.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3차전 인삼공사와 삼성의 경기에서 이정현은 삼성 팬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그가 공을 잡기만 하면 4천600여 삼성 홈 팬들은 '우∼' 하는 야유 소리가 체육관을 가득 차게 했다.
이는 23일 안양에서 열린 2차전에서 이정현이 삼성 이관희(29)와 물리적 충돌을 빚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차전 1쿼터 경기 도중 이정현이 이관희의 목 부위를 밀어 코트 바닥에 나뒹굴게 했고, 격분한 이관희가 일어나면서 이정현을 밀어 넘어트린 것이다.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어 이관희에게 1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200만원, 이정현에게는 제재금 15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이런 '전력' 탓에 삼성 팬들은 이정현이 공만 잡으면 엄청난 야유 소리로 이정현을 위축되게 만들었다.
경기 시작에 앞서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이)정현이가 잠도 거의 못 잤다고 하더라"며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터넷 기사 댓글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일부 농구 팬들이 평소 이정현이 과도한 몸동작으로 상대 반칙을 유발해낸다며 이정현의 경기 스타일을 비난했다는 것이다.
이정현은 이날 1쿼터에 7득점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했으나 2, 3쿼터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4쿼터에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으로 '득점 가뭄'을 해갈하자 이번에는 인삼공사 응원석에서 '이정현' 이름을 연호하며 간판선수의 사기를 북돋우려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날 9점, 4어시스트, 3스틸로 부진했지만 팀이 4쿼터 역전에 성공하며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 이정현은 2차전 상황에 대해 "제가 먼저 공격자 반칙을 한 것이 맞다"고 시인하며 "상대 거친 수비를 참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정현은 "그 선수도 저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제가 부족한 탓에 그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팀의 주축 선수로서 팀에 피해를 줘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어느 정도 야유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도 말했다.
이정현은 "처음 겪는 일이라 심리적으로 흔들린 면이 있다"고 털어놓으며 "그래도 (양)희종이 형이 신경 쓰지 말라고 격려해줬다"고 덧붙였다.
"저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뛰었다"는 그는 "오늘 이기고 싶었는데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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