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 한반도 정세 변화 제대로 읽고 오판 말라
(서울=연합뉴스) 북한군 창건일(25일)을 맞아 한반도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외과수술식 북한 공격'을 묵인할 것 같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미·중의 압박에 결사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이 실제 추가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전략적 도발을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자칫 북한의 섣부른 행동이 한반도를 예측할 수 없는 일대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 일본 정상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고 중국 관영 언론이 전했다. 두 정상이 12일 만에 다시 전화 통화한 것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에 도발을 멈출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정작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특히 미·중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밀착된 대북 공조에 나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훌륭한 토대'를 쌓았다며 이것이 미국을 위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킬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거듭 북한에 보냈다.
북한은 이날도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수장(水葬)'하겠다며 이틀째 엄포를 놓았다. 인터넷 선전 매체 '메아리'는 '제2 조선전쟁'을 운운하며 '미국이 또다시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중의 강한 압박에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한반도 안보 환경이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속도로 변하는데도 북한만 애써 외면하려는 듯하다. 가장 주목되는 건 중국의 관영 매체 논조에서 읽을 수 있는 중국의 태도 변화다. 지난 22일 중국 환구시보의 '사평'은 "미국이 고려하는 북한의 주요 핵시설 등을 타깃으로 하는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선 일단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향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면 미국의 공격을 사실상 묵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이달 13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의 외교·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인해 외부의 군사공격을 받는다면, 중국으로선 방어해줄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SCMP는 북·중 간 1961년 체결한 '조 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군사 개입 의무조항이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평화와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조약 규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해 군사 개입 의무를 지킬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북한의 든든한 후원국 역할을 해온 중국이 이제는 상황에 따라 김정은 정권을 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한반도의 정세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지금 무모한 추가 도발은 중국마저 완전히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김정은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에서 대북 송유관을 잠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미국의 '북한 폭격'이 검토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와의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 그것이 체제 생존의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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