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챔피언전서도 문태종-김민구 신경전이 승부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서울 삼성 이관희(29)와 안양 KGC인삼공사 이정현(30)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23일 안양에서 열린 이날 경기 1쿼터 경기 도중 이정현이 이관희의 목 부위를 밀어 넘어뜨렸고 이에 격분한 이관희가 일어나며 이정현을 밀어 다시 넘어뜨린 것이다.
1차전 패배로 불리한 상황이던 삼성은 결과적으로 이날 2차전 승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삼성 임동섭은 경기를 마친 뒤 "이관희가 당해 알게 모르게 전투력이 상승해 자극을 받아 한 발 더 뛰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변수는 앞으로 남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KBL로부터 해당 선수 또는 벤치에 있다가 무단으로 코트에 들어온 선수들에 대한 추가 징계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대 국내 농구 챔피언결정전 또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선수들의 몸싸움으로 '돌발 변수'가 발생해 승부에 미친 사례가 있다.
◇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가 맞붙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두 팀 선수단이 물리적 충돌을 빚을 뻔한 상황이 있었다.
올해 이관희-이정현 사건처럼 직접 부딪힌 것은 아니지만 두 팀의 1차전에서 오리온 문태종과 KCC 김민구가 신경전을 벌였다.
16살 어린 김민구가 주먹을 쥐어 보이고 욕설을 하는 듯한 장면이 TV 중계에 잡히면서 더 많은 비난을 들었다.
김민구는 "경기가 끝난 뒤 사과했다"고 해명했으나 오리온의 홈 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긴 3차전부터 김민구가 공을 잡기만 하면 팬들의 야유가 엄청나게 터져 나왔다.
공교롭게도 1차전 KCC 승리 이후 2차전부터 오리온이 3연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 승기를 잡았다.
◇ 2006-2007시즌 4강 플레이오프= 창원 LG의 외국인 선수 퍼비스 파스코가 부산 KTF(현 부산 kt)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상대 선수를 가격한 데 이어 심판까지 밀어 넘어뜨렸다.
이미 KTF가 2승으로 앞선 가운데 열린 세 번째 경기에서 파스코는 1쿼터에서 자신에 대한 밀착 수비에 신경질을 내다가 장영재의 목 부위를 손으로 쳤다.
이에 심판이 퇴장 명령을 내리자 분을 참지 못하고 심판에게도 달려든 것이다.
파스코는 이 행위로 영구 제명됐고 LG 구단에서도 퇴단 조치됐다. 우여곡절 끝에 3차전을 이긴 LG는 그러나 외국인 선수 1명을 빼고 치른 4차전에서 패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 2000-2001시즌 4강 플레이오프= 당시 창원 LG와 청주 SK의 경기였다. 두 팀은 4차전까지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마지막 5차전을 치르게 됐다.
당시 LG가 68-58로 앞서 있던 3쿼터 5분 38초를 남기고 SK 재키 존스의 슛이 LG 에릭 이버츠에게 블록을 당했고 이 공을 LG 대릴 프루가 잡았다.
마음이 급한 존스는 프루의 머리를 손으로 때리기 시작했고 곧바로 퇴장 조치됐다.
존스의 반칙으로 LG가 자유투 2개 성공하며 12점 차로 달아났고 결국 118-109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 1994-1995 농구대잔치 8강전= 프로 출범 이전인 농구대잔치에서 정규리그 1위 연세대와 8위 삼성전자가 3전 2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1차전을 연세대가 이겼고 2차전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승기 감독이 당시 삼성전자 선수로 코트에 나섰지만 연세대 우지원에게 심한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전반에 퇴장당했다. 고의 가격 논란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김현준, 문경은의 '쌍포'가 폭발하고 김승기 포함 네 명이 퇴장당하는 육탄 방어를 앞세워 정규리그 포함 14연승을 내달리던 연세대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결국 3차전에서 김현준이 30점을 넣은 삼성전자가 2승 1패로 이겨 4강에 올랐다.
지금은 삼성 사령탑인 이상민 감독은 이때 연세대 졸업반이었으나 부상 때문에 플레이오프에는 뛰지 못했다.
◇ 1990-1991 농구대잔치 챔피언결정전= 기아자동차와 현대전자가 맞붙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현대전자 임달식과 기아자동차 허재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당시 부산에서 열린 2차전에서 전반 5분경 허재가 임달식의 반칙에 불만을 나타내자 임달식은 주먹을 날리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고 이에 허재가 이마로 임달식을 향해 들이받았다.
이 상황에서 임달식 역시 오른손으로 허재를 때리면서 코트가 난장판이 됐다.
경기는 20분 넘게 중단됐고 허재와 임달식 모두 퇴장당했다. 이때 '왜 피해자까지 퇴장을 주느냐'고 항의하던 허재에게 현대전자 김성욱까지 달려들면서 양팀 선수 전원이 코트로 몰려나오기도 했다.
우승컵은 3전 전승을 거둔 기아자동차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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