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하늘 아래 흥겨운 책잔치…"책도 보고 꽃도 받고"
22~23일 청계광장 '세계 책의 날' 축제 2만2천여명 참여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아이들 책도 사주고 공짜 책도 받고 날씨도 좋고 너무 즐거워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열린 책문화 축제('두근두근 책 속으로')를 구경하려고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8살, 6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청계광장을 찾았다는 한 주부는 한 손에 네 송이의 장미꽃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책 증정 행사에 참여해 가족 수만큼 책과 함께 받은 장미란다.
이날 청계광장에서는 봄 하늘 아래 흥겨운 책 잔치가 벌어졌다.
책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423권과 장미 423송이를 증정하는 행사는 참가자들로 장사진을 이루더니 시작한 지 20분도 채 안 돼 끝이 났다.
청계광장에 늘어선 80여 개의 흰 천막 부스들에는 크고 작은 출판사들의 임시 책방이 차려졌으며, 통로마다 책 구경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이 많았으며 연인 사이로 보이는 커플이나 혼자 나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22~23일 이틀간 진행된 책문화 축제 행사에 2만2천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광장 중앙의 무대에서 열린 조승연, 천명관 작가의 북 콘서트는 100여석의 좌석이 가득 찼다. 16명의 신간 출간 작가와 시민들이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인 '작가의 방'도 빈자리가 없을 만큼 인기였다.
광장 분수대 앞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70~80년대 초등학교 교실과 만화방을 재현한 '추억의 책 전시' 코너가 마련돼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어릴 적 생활했던 공간과 읽었던 책들을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상담과 진단을 통해 적절한 도서를 추천해주는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코너에서는 의사 가운을 입은 전문 상담자가 참가자들을 맞았다.
올해 처음 책문화 축제에 참가했다는 사회과학서적 출판사 아고라의 직원은 책을 좀 팔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예전에는 사회과학책의 주된 수요층이 20대였는데 요즘은 40~50대로 옮겨갔다"며 "요즘 젊은층에서는 트로츠키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매대에는 표지를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를 그린 그림으로 장식한 신간 '러시아 혁명사'가 쌓여 있었다.
최근 늘고 있는 독립서점들의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 '독립서점 특별부스'도 눈에 띄었다. 부스 뒤편에는 서울 지역 독립서점들의 위치를 표시한 큼직한 지도가 걸려 있었다. 독립서점은 개인출판물 판매, 카페 겸업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소규모 서점을 가리킨다.
서울 지역의 200여 개 독립서점과 협업을 한다는 서점지도 제작업체 퍼니플랜의 남창우 사장은 "원래는 동네서점들의 지도 앱을 만드는 소프트웨어업체인데 책 출판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작고 트렌디한 서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독립서점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책과 함께 꽃을 증정하는 것은 책의 날 유래와 관련이 있다. 4월 23일은 원래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이다.
하지만 이날은 세계 문학사적으로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400여년 전인 1616년 이날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영국 셰익스피어와 세기의 명작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가 타계했다.
1995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이날을 기리기 위해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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