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명 사살은 가짜뉴스?…필리핀 '마약전쟁' 인명피해 규모 논란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둘러싼 논란이 인권 유린에 이어 인명피해 규모로 번지고 있다.
23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사살된 마약 용의자가 9천 명에 이른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다.
아벨라 대변인은 경찰이 작년 7월 1일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발생한 6천11명의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이며 이 중 1천398명만이 마약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필리핀 언론과 외신, 인권단체들이 경찰 통계라며 지난 9∼10개월 간 경찰과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된 마약용의자가 7천∼9천 명이라고 보도하거나 주장하는 것과 5∼6배나 차이가 난다.
그동안 사망자 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필리핀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마약 유혈 소탕전에 대한 인권 유린 비판여론이 안팎에서 갈수록 비등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검거와 재판 등 사법절차를 외면하며 마약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처형한다고 비판하지만, 경찰은 저항하는 용의자에 대한 자위권 행사라고 반박한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국무부의 패트릭 머피 동남아 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필리핀의 마약 척결 노력에는 공감하면서도 늘어나는 마약 용의자 초법적 처형은 우려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작년 하반기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소탕 방식을 비판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발하며 친중국 외교노선을 걸어 미국과 필리핀 사이에 냉기가 흘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말 대선에 승리한 뒤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필리핀의 마약전쟁과 관련, 미개입과 지지 입장을 밝히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동조하면서 양국 간에 화해기류가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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