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학생 행복' OECD 꼴찌, 대선 후보들 알고 있나
(서울=연합뉴스) 우리나라 학생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는 한국의 슬픈 교육 현실을 새삼 일깨운다. OECD 회원국을 포함해 세계 72개국의 15세 학생 54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삶의 만족도를 0점(완전 불만족)에서 10점(충분히 만족)까지 점수로 매기게 한 결과, 한국 학생은 6.36점으로 OECD 회원국 평균(7.31)에 훨씬 못 미쳤다. 우리보다 만족도가 낮은 회원국은 오랫동안 반정부 시위로 정정이 불안한 터키(6.12)뿐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한국 학생은 53%만 삶에 만족한다고 답해 OECD 평균인 71%를 크게 밑돌았다. 또 한국 학생의 75%가 "학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에 대해 걱정한다"고 답했는데 이 또한 평균보다 9%포인트 높았다. 반면 한국 학생의 학업 성취 욕구는 강했다.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고 싶다고 답한 학생이 80%(평균 65%)에 달했고, 학급에서 가장 잘하고 싶다는 응답자도 82%(평균 59%)나 됐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더 떨어졌다. 어릴 때부터 입시 경쟁에 내몰려 사교육에 파김치가 되는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대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대부분의 후보는 복잡한 대학입시 제도가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보고 제도 간소화를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 전형 등 3가지로 입시제도를 단순화하는 한편 수시 입학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학제 개편을 공약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개편된 학제에 따라 2년의 진로탐색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수능 자격고사를 치르고 학생부와 면접으로 대입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논술시험을 폐지해 대입을 학생부, 면접, 수능 중심으로 치르도록 하고, 수능을 추후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문 후보처럼 대입을 간소화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정시와 수시로 나뉜 현행 입시제도를 유지하되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서민층 자녀를 중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교육부 축소나 폐지, 특목고 폐지나 유지 등에선 후보마다 조금씩 의견이 갈렸다.
그런데 이런 공약들이 실현된다고 해서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교 교실이 왜 황폐해지는지, 학생들은 왜 수학을 포기하는지 등 공교육 현장의 고민이 배인 공약을 어느 후보한테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촉박한 대선 일정에 쫓긴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을 안 가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와 희망을 심어주는 공약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매우 아쉽다. 나라를 경영할 지도자라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교육 비전을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것이다. 특목고 폐지냐 유지냐, 수능 중심이냐 학생부 중심이냐 같은 세세한 교육제도 개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비전이 아닐까 싶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