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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초로 산불 났던 한라산…5년 지나도 담배 연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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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초로 산불 났던 한라산…5년 지나도 담배 연기 여전

2013년부터 전면 금연…51개월간 243명 '비양심' 적발

한라산공원 측 "흡연·취사행위 절대 안돼. 지켜달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오는 24일이면 한라산국립공원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만 5년이 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산이 녹아 따뜻해지면서 봄철 산행에 나서는 등산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만큼 산불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으면서 명실상부 세계인의 유산으로 거듭난 한라산의 산불방지 태세는 유명세만큼이나 완벽할까.





◇ 담배꽁초 하나가 세계자연유산에 화상

"한라산에 불이 났어요!"

2012년 4월 24일 오전 11시 53분께 제주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로 한 여성 등반객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한라산국립공원 내 해발 1천450m 사제비오름 인근에서 불이 난 것이었다.

불길은 초속 12m가 넘는 강한 바람을 타고 주변으로 번졌다.

산림청 헬기는 물론 제주지방경찰청 헬기가 긴급 투입됐고, 국립공원 직원과 군부대 등 1천300여 명이 산불 진화에 나섰다.

지상과 공중에서 집중적으로 물을 뿌리며 입체적으로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간신히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다.

사흘 전 한라산 일대에 6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나무와 풀, 흙이 말라 있지 않았던 게 큰 도움이 됐다.

불은 10∼30년 된 소나무 50그루와 병꽃나무, 꽝꽝나무 등 잡목, 조릿대 등 한라산 일대 2㏊를 태우고 2시간 만에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당시 화재의 원인을 담뱃불로 추정했다.

불이 났던 사제비오름은 5년이 지난 현재 예전의 모습을 대부분 회복했지만 당시 타다 남은 소나무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어 그날의 처참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1988년에는 한라산 해발 1천300여m 사라오름 남쪽에서도 등반객이 버린 담뱃불이 원인으로 보이는 불이 나 7㏊가 소실된 적이 있다.

이들 2건의 한라산 화재 모두 누군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발단됐다.

한라산 산불 위험은 1970년 한라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을 전후해 등산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해마다 더욱 커지고 있다.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야영·취사행위가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이 항상 도사렸다.

중산간 지대에서 풀을 잘 자라게 하고 진드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됐던 화입(火入·불을 지름) 역시 문제가 됐다.

결국 화입은 1970년부터 금지됐고, 1976년 버너 이외의 취사행위와 백록담 분화구 내 야영이 금지된 데 이어 1978년에는 백록담 분화구 출입 금지, 어리목·영실·돈내코·성판악·관음사 등 5개 코스 이외의 입산 행위 단속이 이뤄졌다.

1990년을 전후해서는 한라산 내 취사행위가 전면 금지됐고, 2013년부터는 흡연도 완전히 금지됐다.









◇ 벌써 잊었나…담배 연기 모락모락

5년 전 한라산국립공원 화재 이후 제주의 산과 들은 안전할까.

제주는 산림 면적(880.22㎢·2015년 기준)이 섬 전체(1천849.29㎢)의 47.6%를 차지하고 있다.

한라산은 바다에서 바라보면 마치 방패를 엎어 놓은 듯한 모습으로, 360여 개의 오름을 품은 채 동서로 길게 해안까지 뻗어있어 넓게 본다면 제주 자체가 곧 한라산인 셈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산불과 들불은 모두 449건으로 이중 절반 이상이 1∼4월에 집중됐다.

산불은 2012년 한라산 화재(등산객 담뱃불 추정), 2013년 추자면 대서리 야산 화재(낚시객 담뱃불 추정), 2013년 제주시 월평동 목장 야초지 화재(쓰레기 소각) 등 3건이다.

한라산 화재 이듬해부터 국립공원 내 금연이 시행돼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등반객들이 있다.

2013년 첫해에는 10명만 적발돼 효과를 보는듯했으나 이듬해 85명으로 늘었고, 2015년 53명, 2016년에는 62명이 적발됐다.

4년간 한라산에서 흡연으로 적발된 인원은 모두 210명이다.







올해 들어서는 3월까지 33명이 적발됐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 39명이 적발된 것과 비교하면 부쩍 늘어난 모양새다.

주로 산행을 하기 전 주차장과 광장 등에서 흡연을 하다가 적발됐으나,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한라산 곳곳에서 흡연하는 등반객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흡연하다 적발된 등반객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불이 났을 때 산불가해자를 신고하면 최대 300만원의 신고보상금을 지급한다.

제주도는 산불예방을 위해 지난 1월 25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하고, 행정시와 한라산국립공원 등 23개 기관에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2월 말부터는 산림청 헬기를 제주에 임시 배치하고, 소방차가 들어가기 힘든 산길 운행용 진화차량 28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120명과 산불감시원 125명 등 245명의 산불방지인력을 확보했다.

정확한 산불발생 위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산불감시원에게 GPS단말기를 지급하고, 지역주민과 유관기관 등에 스마트폰 산불신고 앱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도는 오는 7월 제주산림항공관리소를 개소해 산림청 헬기가 연중 배치되고, 연말에 제주소방안전본부의 다목적 소방헬기(수리온)까지 배치되면 1년 365일 각종 산림재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전근일 공원단속담당은 "한라산에는 4월 중순에도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날씨가 도심과 다르다"며 "날씨가 풀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지금부터가 한라산 산불예방에 집중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라산에서의 흡연과 취사가 안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립공원 내에서의 흡연은 절대 해서는 안 되며, 취사는 관음사 야영장과 같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b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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