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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튼 정치풍자 코미디 성적표는…해학없이는 롱런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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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튼 정치풍자 코미디 성적표는…해학없이는 롱런 불가

식상한 '개콘', 신선한 'SNL9'과 '캐리돌'에 자리 넘겨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강찰스라 그래봤자 너는 안찰스. 갈고 닦은 목소리가 루이 안 스트롱!"(투게더엔터테인먼트 문재수 연습생)

"너는 레알(리얼) 수구적폐, 3수가 눈앞에 보이는 연습생 누구입니까!"(피플컴퍼니 안찰스 연습생)

tvN 'SNL코리아9' 속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의 한 장면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지상파와 케이블 구분 없이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시 활발한 정치풍자에 나섰다.

그러나 화제성 등 성적표는 제각각이다.

정치풍자가 본격화한 이상, 특정 사안이나 인물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 "용감하다"며 손뼉 쳐주는 시기는 지났다. 의미와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고, 화끈함과 참신함도 겸비해야 한다. '디테일'도 필수다.


◇ 물꼬 텄지만 약했던 '개콘'과 신선한 'SNL9'·'캐리돌'의 명암

KBS 2TV '개그콘서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통형' 등 코너를 통해 최순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언급해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이 같은 용기를 낸 프로그램이 없었으니 '개콘'이 물꼬를 튼 셈이다.

그러나 주목 이상을 호평을 받지는 못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후발주자들에게 바로 자리를 내줘야 했다. 유민상이 황교안 총리로 분해 "촛불이 얼마나 무서운데"라고 말하거나, 이창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처럼 "모릅니다"를 반복하는 모습 등은 '나열식 개그'에 그쳤기 때문이다.

SBS TV '웃찾사'의 'LTE 뉴스'도 비슷한 부류에 속했다. '웃기는 정치판'보다 더 웃기기란 참 쉽지 않았다.


반면, 'SNL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 이후 한동안 시사 풍자에 침묵했지만, 시즌9에서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같은 CJ E&M 계열사인 엠넷 '프로듀스101'에서 아이돌그룹의 센터 멤버를 뽑는 과정을 대선을 앞둔 현 정치 상황과 절묘하게 결합한 것이다.

처음에는 문재수(문재인), 안찰스(안철수), 안연정(안희정), 이잼(이재명), 레드준표(홍준표), 유목민(유승민)이 모두 등장하다가 정당별 경선이나 여론조사를 거치면서 몇몇이 퇴장하는 모습도 딱 맞아 떨어진다.

한 인물이 퇴장할 때도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안연정은 "충남에서 새 프로젝트 그룹 해보려고요. '차차기'…"라며 합숙소를 떠나 웃음을 안겼다.


SBS플러스 '캐리돌뉴스'는 사람 한 명 없이 인형들만 나오고 거기에 성대모사를 입혔을 뿐인데도 훨씬 생생하고 발칙하다.

'GH'로 등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인형과 'MB'로 나오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인형은 상대의 폐부인 4대강 사업 예산 22조원, 정부 부채 682조원 등을 거론하며 난타전을 벌인다. 그러더니 "우리는 손 털었으니까"라며 내뺀다.

tvN '도깨비'를 패러디한 '허깨비'에서는 자신이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GH와 실권자인 치킨집 사장 '순siri', GH를 잡으러 온 저승사자 '박특검'이 등장해 폭소를 유발한다.

'캐리돌뉴스'의 높은 완성도는 성실함에서 나온다. 대본 쓰는 작가에 인형을 만드는 작가, 인형의 근육을 움직이는 스태프, 전문 성우들과 개그맨 등 수십명이 달라붙는다. '히든보이스' 등 새 코너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SBS플러스 관계자는 23일 "시의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실시간 뉴스 자료를 찾는 작가만 2명이 따로 있을 정도"라며 "풍자와 해학, 즉 의미와 웃음을 동시에 잡으려는 성실함이 없으면 정치풍자는 절대 롱런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정치풍자의 운명은

어렵게 다시 말문을 튼 정치풍자 프로그램은 과연 어디까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정치풍자의 운명은 결국 정치의 손에 달렸을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용감한 방송사라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운운 되는 환경에서는 '캐리돌뉴스'나 '우리 미운 프로듀스 101' 같은 용기를 발휘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SNL코리아9'을 진행하는 신동엽은 최근 방송 말미 "'위켄 업데이트' 시청률이 올랐다. 예전엔 코너 노래만 나오면 사람들이 채널을 돌렸는데, 그땐 하고 싶은 얘기를 못 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캐리돌뉴스' 역시 기획은 이미 4∼5년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제야 전파를 탄 것을 보면 역시 자유롭게 창작할 권리를 보장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J 관계자는 "최근 시사풍자 프로그램에 다시 불이 붙었지만 이런 환경이 계속 유지되지 않으면 언제 또 소리 없이 꺼질지 알 수 없다"며 "정치권에서 문화계의 자유로운 창작환경에 계속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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