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위키리크스와 전쟁 나서나…"어산지 기소 추진"
"단순 폭로 아니라, 기밀 유출 직접 관련했다" 주장할 듯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미국 정부가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기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미 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는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병으로 근무한 첼시 매닝 일병이 빼돌린 기밀문서 수십만 건과 미 국무부 외교 전문 등을 2013년 폭로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미 대선 때는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의 해킹당한 이메일을 공개해 파문을 불러왔고,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오바마 전 행정부도 어산지의 기소를 추진했으나, 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미 헌법 수정 제1조의 적용을 받아 기소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결국 포기했다.
어산지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언론도 훔치거나 유출된 정보를 이용해 진실을 공개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자신의 활동 목적이 WP나 뉴욕타임스(NYT)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언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수정헌법 1조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 법무부는 이러한 수정헌법 1조의 적용을 피하고자 어산지에 대해 스파이 행위나 정부기밀 유출, 공모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매닝 일병이 컴퓨터에 익명으로 접속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방법 등을 놓고 어산지와 채팅을 했다는 사실이 그의 재판 과정에서 밝혀져 이를 면밀히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도청 및 사찰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 위키리크스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혐의도 기소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미 법무부에서 사이버범죄를 담당했던 마이클 바티스 변호사는 "위키리크스가 단지 해킹의 결과를 폭로했다면 기소 가능성은 작지만, 해킹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위키리크스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기소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대선 때 러시아가 위키리크스를 이용해 클린턴 후보에 불리한 이메일을 폭로했다고도 본다. 러시아 정보기관을 위해 일하는 해커들이 클린턴 후보 진영과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수천 건의 이메일을 해킹한 후 중개인을 거쳐 이를 위키리크스에 넘겼다는 얘기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 한 연설에서 "우리는 이제 위키리크스를 '가끔 러시아 등의 사주를 받아 일하는 비(非)국가 적대 정보기관'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선 과정에서 "나는 위키리크스를 사랑한다"고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위키리크스가 CIA의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이후엔 거리를 두기도 했다.
다만 어산지의 체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어산지 기소가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2011년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혐의를 부인하고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건너가 2012년 6월부터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대선에서 승리한 에콰도르 좌파 국가연합당의 레닌 모레노 당선인은 그를 계속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제프 세션스 미 법무부 장관은 "어산지의 체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는 노력을 배가하고 있으며, 우리의 주장이 입증되기만 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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