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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잔혹사…엘리트뒤에 가려진 평범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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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 잔혹사…엘리트뒤에 가려진 평범한 사람들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 '민주주의 잔혹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역사기록의 주인공은 대개 엘리트들이나 유명한 사람들이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도 분명 역사 속에 존재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역사기록에서 찾기 힘들다.

신간 '민주주의 잔혹사'(창비 펴냄)는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가 역사기록에서 밀려난 주변부 사람들로 시선을 돌린 책이다.

4·19와 관련된 기록들은 주로 학생 등 젊은 세대 위주의 내용이다. 그러나 저자는 부정선거 규탄으로 시작된 시위가 이승만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데 있어 마산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역사에 기록된 엘리트들보다 먼저 나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역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사임하는데 1960년 4월25일 서울의 대학 교수단 시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한다. 그러나 이미 4월24일 마산에서는 두루마기를 입고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 70∼80명이 '책임지고 물러가라 가라치울 때는 왓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했다. 다음날에는 한복을 입은 할머니 200∼300여명이 시위에 나섰다. '죽은 학생 책임지고 리대통령은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는 이승만의 실명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4월26일에는 부산에서도 노인 시위가 벌어졌다. 300여명의 노인이 '이승만 대통령 물러가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했고 여기에는 94세와 87세 노인이 선두에 섰다고 한다.

당시 부정선거에 반대하는 것과 '리대통령 물러가라'며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시위대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고 생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노인들이 젊은이들을 위해 가장 위험한 구호를 내걸고 앞장선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방대한 4·19 관련 자료 속에서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시위 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의 기록은 물론, 후세의 연구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교수들보다 먼저 나섰던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시위가 기록에서 배제된 것은 엘리트에 뒤지지 않는 다수의 역량이 사회에서 발휘되지 못하거나 발휘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평가받기는커녕 관심조차 끌지 못하며 가려지고 지워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주변부의 역사가 기록되지 못하면 다수가 가진 잠재적 역량을 실현할 가능성 자체가 차단되고 차별과 무시 속에서 소진돼 역사 발전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제약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책은 5·16 쿠데타 당시 군의 젊은 장교들, 6월 항쟁 때의 기자와 의사, 동일방직 여성노동자 등 한국 현대사에서 가려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평범한 사람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불러낸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도 역사를 형성해가는데 참여하고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308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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