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 "아이돌 시절 기계적 생활…연기하며 자아 찾았죠"
"박보영의 '하트 아우라' 매력 덕분에 쉽게 감정 이입"
"로코·멜로 권유 늘어…SF나 남자 냄새 나는 작품도 욕심"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아기병사'가 쑥쑥 자라 '남자'가 됐다.
KBS 2TV '화랑'에서는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진흥왕으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애교 넘치는 로맨틱가이 안민혁으로 변신해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배우 박형식(27) 얘기다.
'제국의 아이들'로 2010년 데뷔해 2013년 MBC TV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아기병사'로 사랑받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예능으로 개별활동을 하는 아이돌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드라마 '나인'(2013)에 이어 '상속자들'(2013), '가족끼리 왜 이래'(2014), '상류사회'(2015) 등을 거치면서 한 단계씩 연기자로 도약했다. 지난해 연말 시작해올 2월 종영한 '화랑'에 이어 최근의 '도봉순'까지 요즘은 목소리부터 눈빛, 체형까지 애초에 연기자를 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시청률에서 아쉬움을 남긴 '화랑'에서도 박형식만큼은 호평받았다. 그는 '화랑'을 찍을 무렵부터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능력이 조금씩 생겼다고 말한다.
박형식은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 전에는 머리로 상상하는 게 있어도 표현이 잘 안 됐는데 '화랑'을 할 때부터 경험이 쌓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돌에서 한 드라마의 주연배우가 되기까지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형식은 그 짧은 기간 알차게 성장했다.
"아이돌로 활동할 때는 기계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내가 누구지?' 하는 고민에 빠졌죠. 그렇게 '자아 찾기'의 시간이 왔어요. 그 시간을 잘 넘기고 나니 인생에서 자신을 지킬 줄 아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는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요."
그렇게 어느 정도 자신감은 붙었지만 '힘쎈여자 도봉순'이 진정한 의미의 첫 주연작이었기 때문에 부담도 컸다고 한다. 그 부담을 덜게 도와준 사람은 다름 아닌 '봉순이'였다.
박형식은 "대본 리딩을 할 때만 해도 조정석 등 훌륭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온 박보영이란 배우가 내게는 너무 큰 존재로 다가왔다"며 "보영 누나는 선생님 같은 존재였다. 인간적으로도 친했지만, 보영 누나 연기를 보면서 늘 감탄했고, 많이 배웠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시청자들의 소감이 많았다. 자칫 한 화면에 담기 힘들만큼 엄청난 키 차이의 두 사람이지만 투샷의 조합이 은근히 좋아 팬들은 마음껏 설렐 수 있었다.
박형식은 모두 '매력 덩어리'인 박보영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은 처음 봤어요. 사람이 각자 가진 '공기'가 있다면 보영 누나의 공기는 하트 모양이라고 할까요. 보영 누나만 등장하면 다들 '하트 뿅뿅'이었어요. 그게 보영 누나만의 큰 매력이죠."
박보영의 남다른 '하트 아우라' 덕분에 민혁이가 봉순이에게 "나 좀 봐줘, 나 좀 사랑해줘"라고 간절하게 말하는 장면에서도 감정 이입이 쉽게 됐다고 그는 전했다.
인터뷰 내내 박보영의 매력을 대신 홍보해주던 박형식이지만 '화랑'에서 호흡을 맞춘 고아라와 박보영 중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까우냐는 질문에는 "둘 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매력을 가진 배우 아니냐"고 답했다.
극 중에서 민혁이와 봉순이는 결혼해 쌍둥이 딸을 낳았다.
박형식은 엔딩에 대해 "봉순이 3명을 가장으로서 어떻게 데리고 살까 하는 고민에 웃음이 터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도 민혁이처럼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결혼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시기는 언제든 상관없다"며 "물론 현실은 다르다고 '봉순이 아빠' 유재명 선배님이 말씀하시긴 했다"고 웃었다.
박형식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코(로맨틱코미디)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변에 로코와 멜로를 권유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 행복하다는 그는 점차 경험을 쌓아 SF(공상과학)나 '남자 냄새' 나는 작품도 꼭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쳤다.
"이번 작품 끝나고 감독님을 포함해 주변에서 제 눈빛에 '무엇'인가 있다며 진한 멜로도 한 번 해보라고 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나중에는 남자들끼리 욕도 하고 사고도 치는 그런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학창시절 남학생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장난치는 그런 내용요."
박형식은 소속사 이적 후 본격적인 배우로서의 행보에 나섰다.
그는 롤모델을 꼽아달라고 하자 소속사 선배인 유아인과 더불어 류승범, 임창정, 조정석 등을 들며 "선배님들은 제가 현재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원동력이 돼준다"고 답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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