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앞둔 EU, 英과 분리작업 착수…민간에도 "英 떠나라"
EU 직원 채용·대규모 연구·서비스 계약서 배제해 '제3국' 취급 예상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유럽연합(EU)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염두에 두고 이미 영국과 분리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기관들이 발주한 수십억 유로 규모의 사업에서 영국 단체를 배제하는가 하면 영국 내 기업들에 다른 EU 회원국으로 이전을 종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유럽연합 행정부인 집행위원회(EC)의 내부 회람 문건에 따르면 EC의 한 고위 관료는 직원들에게 브렉시트 협상 시한인 2019년까지 영국과 관련된 '불필요한, 복잡한 문제를 추가로 만들지 마라'는 지시를 내렸다.
알렉산더 이탤리아너 EC 사무총장과 마틴 셀마이어 EU 집행위원장 수석 참모,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 등의 서명이 있는 이 내부 문건에는 EU 직원들에게 브렉시트 협상 이후 '법적 영향'을 고려해 영국에 기반을 둔 민간 영역에 'EU에 사무실을 두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독려하라는 지침도 포함됐다.
산하 기관에는 브렉시트 협상 타결 당일, 민감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영국을 '분리'하는 상황에 대비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향후 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EC와 산하 기관들은 EU 기관이 제공하는 비공공 분야 데이터베이스에서 영국 측 접속을 차단하는 실질적인 측면을 고려해보라'며 범죄 퇴치나 난민 관련 자료에서도 영국을 배제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달 29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고 일주일 뒤 작성된 이 문건은 브렉시트가 확정되기도 전에 이미 EU 집행부와 영국의 관계가 싸늘해진 것을 보여준다고 FT는 해석했다.
FT는 EU 행정부가 법적으로 가능한 한도 내에서 EC와 산하 기관이 EU의 직원 채용에서부터 수십억 유로가 걸린 연구 프로젝트나 서비스 계약까지 모든 활동에 있어 영국을 '제3국' 취급하며 배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렉시트 협상이 끝날 때까지 영국은 법적으로 EU 회원국 지위를 갖고 권리와 책임을 나누는데도 실상 자금 및 영향력 행사 측면에선 제 몫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EC 관리들은 그러나 EU 조직 및 지역 기금 집행에 있어 영국이 제외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금 사용을 EU 행정부가 직접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 정부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영국이 소외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또 북아일랜드에 대한 예산 지원 약속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EU의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사업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와 관련, EU는 최근 발주 조건에 '계약을 딴 사업자가 EU 회원국에 근간을 두고 있지 않다면 위약금 없이 계약 취소할 수 있다'는 항목을 추가했다고 FT는 전했다.
2019년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영국에 본사를 둔 회사는 이 100억 유로(한화 약 12조2천474억원)가 걸린 장기 사업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