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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핵합의 실패' 규정 의미는…'북핵 미봉책 거부'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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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핵합의 실패' 규정 의미는…'북핵 미봉책 거부' 선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北 비핵화 목표 분명히 할 듯

향후 대화 국면시 북한과의 협상 틀 놓고 진통 예고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각)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 합의'를 '실패'로 규정한 것은 북핵 문제의 '미봉'이 아닌 '완전한 해결'(비핵화)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으로 한반도 관련 외교 소식통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2015년 7월 도출된 이란과의 핵 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대해 "비핵화된 이란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단지 이란의 (핵 보유) 목표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비판하며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중·러·영·프 등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P5)과 독일, 유럽연합(EU) 등이 이란과 체결한 JCPOA는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는 이란의 기존 보유 농축우라늄을 대부분 폐기하고 농축우라늄의 제조 시설인 가스 원심분리기를 대폭 줄이는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접근을 허용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의 민수용 원자력 이용 권한을 보장하면서 핵무기 제조는 억제하는 것이 골자라고 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서방은 작년 1월 이란에 대한 일부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이미 5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에 비해 핵 개발 단계가 한참 뒤처져 있는 이란이 북한과 같은 사실상의 핵무장국 지위에 오르기 전에 핵무기 개발을 동결시킨 합의로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합의를 틸러슨이 '실패'라고 선언한 것은 결국 북한에 대해서도 이란 핵 합의와 같은 핵동결 목표의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틸러슨의 발언에 내포된 인식은 이란 핵 합의가 (이전 미국 정부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사례처럼 이란에게 핵을 개발할 시간을 벌어 주었을 뿐 비핵화 목표 달성에는 부족했다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서도 임시 봉합하는 '타협'은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의 북한 비핵화'(CVID) 목표를 위해 협상할 것이며, 핵 동결만을 위한 협상이나 북한이 요구하는 '핵 군축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틸러슨 발언을 통해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5년 북한 비핵화의 '대헌장' 격인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이 도출된 뒤 2007년 9·19 공동성명의 초기 단계 이행조치를 담은 2·13 합의가 나왔던 것처럼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도중에 중간단계 조치는 필요할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러나 틸러슨의 이란 핵 합의 실패 규정으로 추정하건대 미국은 북한의 핵 동결만을 위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공약으로 돌아오지 않고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단 상황 악화는 막자'는 식의 핵 동결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핵보유국 주장을 굽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 김정은의 태도로 미뤄 앞으로 북핵 협상과 관련한 본 판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또 그 진통의 시간 동안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를 위한 시간을 더 벌게 될 수 있는 만큼 미국이 추진 중인 중국의 대북 압박 유도가 얼마나 성공을 거두느냐가 향후 북핵 판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틸러슨 장관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인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에서 '압박'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김정남 암살 사건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혐의가 드러난 사실이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겹겹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테러지원국 지정이 주는 경제적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더 심화하는 '낙인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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