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과제]⑬국가존립 흔드는 인구절벽…저출산대책 수술해야
올해 신생아 40만명선 붕괴 예상…인구절벽 진입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저출산 대책 원점서 재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이대로 가다간 2750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구 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초저출산 현상을 걱정하며 일부 인구학자가 던지는 경고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인구변화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자 한 명이 가임기간인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 40년간 계속 감소해 2002년부터 전 세계에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합계출산율은 1971년 4.5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낮아져 1987년 1.53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감소세가 유지되며 작년에는 1.17명으로 추락했다. 2005년 1.08명 이후 최저일 뿐더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 저하로 한 해 태어나는 출생 아기도 급감하고 있다. 출생아 수는 1970년대 한 해 100만 명에서 2002년 49만 명으로 30여 년 만에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2016년에는 40만6천 명으로 겨우 40 만명선에 턱걸이했다.
세계에서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지금의 출산율이 지속한다면, 올해 출생아 수는 39만7천 명으로 심리적 저지선인 30만 명대로 떨어지고 2040년 26만7천 명, 2060년 2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로 말미암아 당장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절벽에 맞닥뜨리게 됐다.
◇ 저출산의 그늘 인구절벽 여파 확산 =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은 우리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생산인구뿐 아니라 소비인구가 줄면서 노동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그러잖아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경제는 더욱 둔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구감소의 여파는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사회 기본단위인 가족 구성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4인 가족이 줄어들고, '나 홀로' 가구가 확산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 2015∼2045년'을 보면 2015년 가구 유형별 비중은 부부+자녀 가구(32.3%), 1인 가구(27.2%), 부부 가구(15.5%) 순이지만 2045년에는 1인 가구(36.3%), 부부 가구(21.2%), 부부+자녀 가구(15.9%) 순으로 바뀐다. 2015년 518만 가구인 1인 가구는 2045년 809만8천 가구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소비행태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술을 마신다'는 '혼밥·혼술'이란 신조어는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가전 시장에서는 1인용 냉장고와 세탁기가 인기다. 주택시장에서도 소형아파트가 인기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군 당국은 인구감소로 나라를 지킬 병력수급을 걱정하고 있다.
◇ 저출산 해결에 100조원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실효성 높여야 = 정부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10여 년간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에 100조원 가까이 투입했지만, 단기처방에 급급하다 보니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국가로 전락한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출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등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결혼해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청년층의 비혼에 대한 인식과 저출산 대응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남녀들은 결혼할 의사는 있는데도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이유로 '적은 소득'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이들은 무엇보다 '경제적 안정'을 결혼 조건 1순위로 들었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를 보면 주택가격과 전셋값이 오르면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부연구위원은 "저출산을 일으킨 직접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청년 실업문제, 비정규직 문제, 주택가격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해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섭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주택정책 등을 활용해 만혼과 비혼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며 "기존 저출산 정책이 태어난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게 돕는 데 힘썼다면, 이제는 결혼을 빨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은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개인과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며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도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장시간 근로문화와 직장에서의 부당한 성차별로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리지 못해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여성이 많다.
보사연의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육아휴직급여 결제 기준으로 육아휴직을 이용한 여성 10명 중 4명 이상이 1년 안에 직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을 높이려면 공급자 중심의 가부장적인 노동시장에서 능력 중심의 성 평등·가족 친화적인 노동시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삼식 보사연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단장은 취업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과정은 매우 길며, 어느 한 구간에서 장애가 있으면 아기를 낳기를 꺼리게 된다"면서 "자녀양육비 부담 경감, 돌봄 서비스 확충 등 저출산 대책을 생애주기에 맞춰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sh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