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브라질 대통령에 "빈곤층 어렵게 하는 개혁조치 피해야"
올해로 예정된 브라질 방문 계획 취소할 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테메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브라질의 빈곤층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조치는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테메르 대통령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노동 개혁 움직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브라질이 직면한 위기가 고질적인 정치·경제·사회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그러나 빈곤층 소외 문제를 도외시한 채 쉽고 피상적인 방법으로 개혁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브라질가톨릭주교협의회(CNBB) 사무총장인 동 레오나르두 스테이네르(66) 신부도 이달 초 언론 인터뷰를 통해 테메르 대통령 정부의 연금·노동 개혁 움직임을 비판했다.
스테이네르 총장은 "연금·노동 개혁이 시민의 기초적인 권리를 제쳐놓은 채 시장의 요구에만 맞춰 추진돼서는 안 된다"면서 "개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시민사회가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주교협의회는 최근 중앙단일노조(CUT)를 비롯한 노동계 대표들과 면담을 했으며, 지난달 23일에는 사회적 소외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개혁에 명백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확인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로 예정됐던 브라질 방문 계획을 취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칸 측은 다른 일정 때문에 교황의 브라질 방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만 밝혔다.
올해는 중남미의 가톨릭 성지로 불리는 브라질 아파레시다 대성당 근처에서 검은색 성모상이 발견된 지 300년 되는 해다.
상파울루 시에서 북동쪽으로 170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아파레시다 대성당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가톨릭 교회로, 한꺼번에 4만 명이 미사에 참석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파레시다 대성당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07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던 교황은 당시 이곳에서 열린 중남미·카리브 주교회의를 이끌면서 가톨릭 교회가 겸손과 자선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는 문서 작성을 주도했다. 교황에 즉위하고 나서 2013년에 이곳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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