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터지자 구급대로 돌변한 알레포의 기자들
시리아 피란버스 테러 때 수첩·카메라 버린 취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지난 15일 시리아 알레포에서 피란민이 탄 버스를 겨냥한 폭탄테러가 발생했을 때 구호요원으로 변신한 기자들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온라인에 확산하는 사진의 주인공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인물은 시리아 출신 사진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아브드 알카데르 하박이다.
하박이 참사 현장에서 다친 어린이를 안고 구급차를 향해 내달리는 모습, 참혹하게 숨진 어린이 시신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오열하는 모습은 지구촌을 함께 울렸다.
하박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 68명을 포함해 12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폭탄테러 당시 현장에서 취재 중이었다.
폭탄이 터지며 잠시 정신을 잃었던 하박이 깨어난 직후 선택한 것은 사건 현장 취재가 아닌 어린이들이었다.
그가 현장으로 뛰어들어 맨 처음 발견한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그는 곧바로 다른 아이 쪽으로 향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이미 다 죽었을 것이라며 빠져나오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아이들이 눈앞에서 울부짖고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는 이 광경을 보고 "동료 기자들과 부상자들부터 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두 번째로 발견한 남자아이는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상태였다. 그는 이 아이를 안고 안전한 장소로 달려가 구급차에 실어 보냈다.
그는 "이 아이가 내 손을 꽉 잡고 나를 쳐다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박이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광경을 촬영한 사진작가는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장면을 촬영하려 했다"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려는 젊은 사진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박이 구한 6~7세쯤으로 보이는 아이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박은 이 아이를 구급차로 옮긴 뒤에도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갔으나 바닥에 있는 한 아이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감정이 북받쳤다"며 "나와 동료들이 목격한 것은 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현장 사진들 속에는 하박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의 슬프고도 다급한 당시 표정과 행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CNN은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꼬마 난민 쿠르디와 지난해 시리아 내전 최대 격전지인 알레포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후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있던 5세 소년 옴란 다크니시의 사진처럼 이들 사진이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제대로 전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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