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봉인 해제' 피어밴드 "너클볼, 예전부터 던지고 싶었다"
kt에서 새 포수 장성우·이해창 만나 에이스로 재탄생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너클볼 '봉인'에서 풀려난 kt wiz의 외국인 좌완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32)가 리그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선발로 3경기에 나서 3승에 평균자책점 0.36의 특급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2경기 연속 9이닝 무실점을 포함해 23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철벽투 그 자체다. 지난해 7승 13패 평균자책점 4.45의 성적을 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시즌 넥센 히어로즈에서 퇴출당하며 한때 위기를 맞았던 피어밴드는 새로운 둥지 kt에서 '괴물'로 변신했다.
반전의 요체는 너클볼이다. 피어밴드는 지난해 kt 유니폼을 입고 너클볼을 던지긴 했다. 하지만 구사 비율은 3%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구사 비율이 30% 이상 대폭 상승했다. 한국 타자들에게 생소한 너클볼을 결정구로 장착하면서 난공불락의 에이스로 거듭난 것이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피어밴드는 "예전부터 너클볼을 던지고 싶었지만 15년 프로 생활 동안 던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너클볼을 편하게 잡아줄 포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잠자고 있던 너클볼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포수 장성우(28)와 이해창(30)을 만나며 깨어났다.
피어밴드는 캠프 기간 두 포수를 상대로 마음껏 너클볼을 시험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점차 무리 없이 받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해외 전지훈련 도중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는 너클볼 테스트 무대와도 같았다. 피어밴드는 이 경기에서 5이닝 1실점 하며 확신을 얻었다.
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성공이라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너클볼을 더 잘 구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한 덕도 봤다"고 설명했다.
피어밴드는 다만 너클볼이 변화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너클볼 때문에 유리해진 면도 있지만, 나머지 구종도 제구가 좋아지고 스피드도 올라와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손톱으로 밀듯이 던지는 너클볼은 직구보다 느리지만, 마운드부터 타석까지 춤추는 것처럼 날아가는 구종이다.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R.A. 디키, 팀 웨이크필드의 '정통 너클볼'보다 스피드가 빠르다. 시속 100~110㎞대를 형성하는 일반적인 너클볼에 비해 피어밴드의 경우 평균 시속이 120㎞를 넘는다.
그로 인해 변화의 폭은 다소 적더라도 원하는 곳에 너클볼을 뿌릴 수 있다.
피어밴드는 "컨트롤을 위해 일부러 스피드 있게 뿌리는 것"이라며 "느리게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어밴드의 목표는 두 가지다. 올 시즌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는 것과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KBO리그 3년 차인 막내구단 kt가 그토록 고대하던 에이스를 갖게 됐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