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부터 전기고문까지…체첸 '게이수용소' 실태에 전세계 공분
"최소 3명 사망·수백 명 공포에 떨어"…체첸·러시아 '모르쇠'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게이 남성에게 구타와 전기고문을 자행한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의 게이수용소 존재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수용소에서 탈출한 아담(가명)은 지난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최소 하루 한 번 전기고문을 당했다"며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 다른 고문자가 들어와 각목과 금속 막대기로 마구 때렸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를 사람이 아닌 짐승이라고 불렀으며, 거기서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아담은 오래 알고 지낸 게이 친구의 전화를 받고 만나러 나갔다가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는 수용소에서 매일 고문을 당하며 다른 게이 남성의 이름을 대도록 강요당했다.
이는 체첸 전역에서 특수 요원의 주도로 이뤄진 '게이 소탕' 캠페인의 일환이다.
게이수용소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러시아 반정부 성향의 일간지 노바야 가제타는 최소 게이 남성 3명이 사망했다는 증거가 있으며, 사실상 더 많은 희생자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첸 내 수백 명의 게이 남성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갈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슬람권인 체첸은 매우 보수적인 사회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 소수자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조차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더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충성을 맹세한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러시아의 묵인 아래 거침없이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실태가 알려지자 국제사회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게이나 양성애자를 상대로 납치, 불법 감금, 고문, 폭행이 자행됐다는 보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성 소수자에 대한 학대를 중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지원한 체첸에 분노가 치민다"고 적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도 "비인간적인 혐오 범죄를 직면했을 때 양심 있는 모든 이는 폭력 사태가 더 지속하기 전에 중단되도록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체첸 공화국은 관련 보도를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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