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금요일 맞아 美시카고 총기폭력지구서 대규모 평화행진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종교계 관심이 총기폭력으로 얼룩진 미국 시카고 남부에 평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
부활절을 이틀 앞둔 14일(현지시간) 성(聖) 금요일, 누구도 선뜻 발 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시카고 남부 총기폭력지대 잉글우드 거리에 시민단체·교육계·종교계 지도자를 포함한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행진을 벌였다.
미국 가톨릭 시카고 대교구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이 주도하는 '평화의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총격 사망자 발생 지점을 차례로 돌면서 거리폭력을 멈추고 평화를 불러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자고 다짐했다.
시카고 abc방송은 행진 참가자들이 십자가를 앞세운 수피치 추기경을 따라 걷다가 사고 발생 지점에 멈춰서서 해당 피해자 이름을 크게 부르며 함께 기도했다며 "행진 대열에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관도 다수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참석자들에게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통을 나눠지려는 마음(compassion)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시카고 폭력실태는)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면서 "폭력 가담의 유혹을 받는 젊은이들이 총기를 내려놓고 우리에게 합류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행진에 참여한 잉글우드 거주 10세 소년은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공원이 있지만, 농구를 하고 싶어도 어른 없이는 나갈 수가 없다. 총기사고가 두려워서"라며 폭력 중단을 호소했다.
시카고 남부 저소득층 소수계 밀집지역의 총기폭력 실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거철 공약이나 정치적 이슈로만 이용될 뿐 어느 누구도 진심어린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초 시카고 주민들에게 친서를 보내 "마음에 두고 기도하고 있다"며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교황은 수피치 추기경으로부터 평화 행진 계획을 전해 듣고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행진하는 이들,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기도로 함께하겠다"고 격려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당시 교황 친서 공개와 함께 시카고 남부의 빈곤 및 폭력 감소를 위한 풀뿌리 프로그램 착수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25만 달러를 새로운 평화기금 종잣돈으로 기부, 그늘진 곳에 있는 청소년들의 기회 창출을 돕고 빈곤과 폭력 근절을 추구해나가겠다며 각 교회에 동참을 요청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2014년 9월 시카고 대교구장에 부임하면서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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