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기대수명 82세인데 건강수명은 73세…"격차 줄여야"
만 65∼74세의 55% "난 노인 아냐"…주관적 연령 낮을수록 건강노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세가 넘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사는 건강수명은 그보다 9년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고령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한국사회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5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기대수명 90.8세의 정책적 함의와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기대수명(2015년 기준)은 82.1년이다.
2015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평균 82세까지 산다는 이야기다. 여자가 85.2년으로 남자(79년)보다 6년 이상 길었다.
지난 2월 영국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한 논문은 203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인류 최초로 90세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2015년 기준)은 기대수명보다 짧은 73.2세였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인 8.9년 동안은 다치거나 아픈 상태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다. 이 격차는 여성이 9.9년으로 남성(8.2년)보다 컸다.
보고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줄여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3.8%로, 고령사회(노인 인구 14%)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이다. 내년이면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한편, 현재 만 65∼74세 노인의 절반 이상이 자신은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스스로 인식하는 주관적 연령이 낮을수록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회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지속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노년기 주관적 연령과 건강노화와의 관계:연령집단별 분석'(오영삼 외)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응한 1만명 중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만 65∼74세 노인(연소 노인)의 55.3%는 자신을 노인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노인에 대한 법적 연령 기준은 만 65세지만, 실제 이들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노인 시작 연령은 평균 71세였다.
또한 연소 노인 집단에서는 주관적으로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인지 활동이나 사회활동 참여가 낮고, 만성질환이나 우울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스스로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노인이라는 정체성이 스스로 일종의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해, 원래 활동적이고 독립적이었던 사람들까지도 자신을 노인으로 낙인 찍어 건강한 노화를 저해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따라서 노인의 건강노화를 증진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하며, 연령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젊게 살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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