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무등산'
격동의 역사 바라본 산증인…광주 대표 이미지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1980년대 광주 시민들은 새해 첫날을 무등산에서 맞았다.
금남로나 충장로의 선술집에서 대취한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증심사가 종점인 시내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무등산에 올랐다.
힘든 새벽 산행도 술기운으로 이겨내고 중봉에 올라 밝아오는 태양을 보며 민주와 자유를 외쳤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도심 속에 자리 잡은 무등산은 오랜 세월 넉넉하게 모두를 품어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자 광주의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었다.
◇ 언제나 그 자리에…넉넉한 품으로 받아주는 무등산
화창한 4월,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다시 무등산을 찾았다.
증심사로 올라가는 길, 시냇물이 조잘대며 먼저 반긴다. 지난 201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등산로가 정비되면서 훨씬 쾌적해졌다.
눈부시게 반짝이던 벚꽃은 바람에 날아가고 그 자리에 연초록빛 새순이 돋아났다.
붉은 동백꽃이 스쳐 갔다 싶더니 어느새 진달래가 반갑게 고개를 내민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쉬었다가 오르길 반복하니 어느새 중봉이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장관인 이곳은 어머니의 따뜻한 배처럼 평평하고 넓어 포근하다.
고개를 들어 정상을 보니 깎아지른 듯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서석대와 입석대다.
◇ 해발 1천m에 형성된 주상절리대…세계적으로 '희귀'
무등산 정상에는 돌기둥 수십 개가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다.
해발 1천100m에 자리 잡은 서석대와 1천17m에 있는 입석대는 오랜 세월 바람과 비를 맞고 굳어져 병풍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됐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입석대와 서석대의 주상절리는 돌기둥 하나의 크기가 지금까지 남한에서 보고된 것 중 최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해안가가 아닌 해발 1천m 이상의 고지에 발달한 주상절리대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사례여서 학술 가치가 크다.
◇ 역사가 녹아있는 옛길로 걸어보자
무등산은 증심사를 거쳐 오를 수 있지만, 광주 도심에서 시작해 원효사를 거쳐 가는 '무등산 옛길'로도 갈 수 있다.
광주 동구 산수동을 출발해 서석대까지 가는 11.87km 구간으로 한적하게 걸으며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1구간은 광주 도심에서 원효사까지, 2구간은 원효사에서 서석대로 오르는 등산로로 구성됐으며 3구간은 광주 도시에서 충장사를 거쳐 담양 가사문학권까지 갈 수 있다.
소에게 길을 물으며 황소걸음으로 걷는다는 '황소걸음길', 나무꾼들이 주로 이용했다는 '나무꾼길',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걸었던 '연인길' 등 재미있는 사연과 함께 걸을 수 있다.
◇ 증심사에서 출·퇴근하며 템플스테이
무등산 초입에 자리 잡은 증심사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직장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출·퇴근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고즈넉한 사찰에서 5박 6일간 머물며 스님과 차담(茶談)이나 촛불 명상을 하며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광주 도심에서 20∼30분 거리에 있어 출·퇴근하기도 편하다.
일요일 저녁에 입소해 금요일 오전까지 이어지며, 참가자는 매일 새벽 예불과 아침 공양, 산책 등에 참여한 뒤 출근하면 된다. (☎ 062-226-0107)
◇ 등산 후 출출하시다고요? 막걸리에 김치, 보리밥은 '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무등산은 등산 후에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풍부하다.
증심사 쪽으로 하산했다면 무등산 입구에 즐비한 식당에서 생막걸리에 맛깔나는 광주 김치를 맛볼 수 있다.
따뜻하게 데워진 고기 수육 위에 살짝 익은 김치를 얹어 막걸리로 목을 축인 뒤 먹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
무등산 산장 쪽으로 가면 보리밥을 맛볼 수 있다. 한 상 가득 제철 나물에 차려 나오는 보리밥을 열무 잎에 싸 먹으면 알싸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식사 후에는 창이 넓은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도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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