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의보 없는데 뿌연 하늘…"당국 발표 믿어도 돼?"
최근 3년새 최악 수준…'나쁨' 상태 2시간 지속돼야 발령
체감도와 달라 어플에 의존…"느슨한 발령 기준 강화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미취학 자녀 2명을 둔 주부 이모(36)씨는 요즘 아이들과 외출하기 전 실시간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는 게 필수가 됐다.
예전에는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여부에만 주의를 기울였지만 하늘은 연일 탁한 데 정상이라고 하는 당국의 발표를 믿을 수 없게 된 탓이다.
이씨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없는 날도 하늘이 뿌연데 불안해서 면역력 약한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외출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상황을 확인해야 그나마 안심이 된다"며 "실시간 정보도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다른 경우가 있어 3∼4개를 설치해 하나라도 수치가 안 좋게 나오면 외출을 자제한다"고 전했다.
미세먼지로 국내 대기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을 강화해 정부 발표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전국의 올해 1∼3월 미세먼지 농도는 32㎍/㎥로 2015∼2016년 같은 기간(30㎍/㎥)에 비해 2㎍/㎥ 높아졌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는 8일로 2015년 동기와 같았지만 2016년(4일)보다 2배로 늘어났다.
올해 1∼3월 국내 39개 권역을 합산한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횟수는 86회로 2015년(55회)과 작년(48회)에 비해 31∼38회나 급증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대기 질은 더욱 좋지 않다. 환경부 분석 결과와는 무관하게 야외활동에 제약이 있을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빴던 날이 더 많았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미세먼지 정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수시로 확인하는 국민이 많아진 것도 이런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는 정부의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에 일부 원인이 있다.
미세먼지(PM10)가 시간 평균 농도 150㎍/㎥를 넘겨 2시간 이상 지속하면 주의보가 발령된다. 300㎍/㎥를 넘겨 2시간 이상 지속할 때는 경보를 발령한다.
현재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라 하더라도 최고치인 150㎍/㎥를 2시간 이상 넘기지 않으면 주의보가 없다는 얘기다.
전국 16개 시·도 중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 상위 지역에 속하는 충북 중에서도 청주는 분지형 지형에 도심 속 산업단지 때문에 대기 질이 좋지 않은 날이 많다.
이런 청주의 경우 올해 들어 이달 13일 현재까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횟수는 8회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시간 평균 농도 100㎍/㎥ 이상을 기록한 날은 45일이나 된다.
결국 미세먼지 주의보만 발령되지 않았을 뿐이지 노약자의 외출 자제를 권고할 정도로 대기 질이 안 좋았던 날이 한 달 반이나 됐던 셈이다.
이 때문에 국민이 대기 질 상태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체계를 포함한 관리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국내 미세먼지 관리 기준 자체가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은 물론 주요국가 기준보다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채택한 미세먼지(PM10) 관리 기준 '48㎍/㎥'을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인 '30㎍/㎥'으로 상향하고 전국적으로 관리 대책을 강화하면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 위험률을 2∼11%나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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