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개정 정신보건법이 치료권리 박탈 우려"
"지금이라도 법 손봐야" 주장…복지부 "의료계가 과도한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병원 강제입원 요건 강화를 골자로 오는 5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개정안은 환자가 ▲ 정신질환 악화 여부 ▲ 자해·타해 가능성 2가지 요건 모두 해당해야만 강제입원을 할 수 있도록 입원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3일 신경정신의학회는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정신보건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를 열고 문제점에 대해 진단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인권보장 강화를 추구한다는 개정안의 기본 정신에는 동의하지만, 제대로 된 환자 관리 시스템과 의료인력 보충이 되지 않은 국내 실정을 고려했을 때 개정안을 그대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학회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입원 요건이 상향 조정되므로 정신질환자의 치료 권리가 제한되고 오히려 인권 보호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개정안은 강제치료 요건을 환자 본인의 건강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초기에 치료를 받을 기회를 뺏을 수밖에 없다"며 "정신질환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정안에 나온 대로라면 국공립병원 전문의 1명이 포함된 전문의 2명이 환자 상태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을 가동할만한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학회 측은 분석했다.
따라서 학회는 입원 필요성에 대한 평가는 의사가 담당하고, 입원 결정 여부는 사법적 기구가 판단하도록 하는 입원 적합성 심사위원회를 운영하는 게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명수 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이사는 "일부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를 계속 입원시키려는 목적으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조기 발견을 통한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정비하자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CRPD) 등을 근거로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높이기 위해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복지부에 아무리 학회 측 의견을 전달해도 시행을 하기도 전에 개정안 자체를 전면 수정한 사례는 없다는 이유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신질환자의 치료 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환자·보호자·의사 모두가 만족하기 어려운 법이라면 당연히 개정안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했으므로 행정기관인 복지부가 이 법을 수정할 권한이 없다"며 "아직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의료계에서 너무 과도한 우려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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