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돈줄 죄자 中회사채시장 찬바람…1분기 발행액 38%↓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안정과 금융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단기 금리를 인상한 것이 회사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인민은행이 1월말 이후 2차례에 걸쳐 시중은행들에 단기자금을 빌려주는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자 회사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던 시중 은행들이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매도에 나섰고 그 영향으로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금리)은 오르고 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쑤저우의 한 광섬유 케이블 제조업체는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지난달 만기 1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하려다 이를 포기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의 금리 4.35%보다 높은 5.7%의 금리를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다수의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을 접촉했으나 "올해는 회사채를 발행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만기를 더 늘린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제공 업체인 윈드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130개 기업이 모두 1천199억5천만 위안(174억 달러) 상당의 신규 회사채 발행을 포기했거나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별로는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8.5%가 줄어들었다. 채권 시장 활성화를 다짐했던 중국 정부로서는 당혹스런 현상이다.
중국의 채권 시장 규모는 9조6천억 달러로, 세계 3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국의 여신 총량을 가리키는 지표인 사회총융자에서 채권이 담당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며 은행 대출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물론 최근 회사채 발행이 침체한 것이 반드시 여신 압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 시장을 노크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국유기업으로, 다른 펀딩 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탄과 철강 업종에서는 비록 국유기업이라고 해도 회사채 금리의 상승으로 펀딩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증권사들과 애널리스트들은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 총재가 자산 거품을 피하고 기업들의 부채 축소를 유도하기 위해 신용 공급에 더욱 고삐를 죄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어 올해 회사채 발행 비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중국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채 금리가 높아진 탓에 일부 기업들은 만기가 1년 미만인 회사채를 발행해야만 하는 사정이라고 말했다. 단기 회사채를 자주 발행해 장기적 자금 수요를 메워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이달초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단기 대출의 담보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것도 채권 시장의 매력을 더욱 떨어뜨렸다. 인민은행이 자산운용상품과 같은 투기적 상품 운용을 자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시중은행들의 유동성을 압박한 또다른 요인이다.
회사채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상품은 당국의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의 시중은행들과 기타 금융기관들이 흔히 활용하는 투자수단이었다.
중국에서 회사채의 부도는 드물지만 올해 들어 8개 기업이 부도를 내면서 투자자들도 점차 이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건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2015년 같은 기간의 3건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회사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는 사실상 전무하다.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채권 펀드 매니저인 아서 라우는 회사채 부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고객들에게 국채와 정책은행들의 채권을 매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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