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 "설마 별일 있겠어?" 4·16 참사 잊은 승객들
안전수칙 안내·구명조끼 위치에 무관심한 승객들
(목포=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이 배는 가까운 섬만 다니는 도선인데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12일 전남 목포항과 달리도·율도·외달도를 잇는 순환 여객선에서 만난 승객 김모(62) 씨는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행동 요령을 아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반문했다.
광주에서 친지 4명과 함께 외달도로 여행가는 길이라는 김 씨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가량 여객선을 이용했다.
김 씨 안도와 다르게 이 여객선 항로에는 폭이 좁고 조류가 센 데다 선박 이동량이 많아 평소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율도·달리도 해역이 포함돼 있다.
김 씨에게 '출발할 때 여객선 안전수칙 안내 영상을 보았느냐'고 재차 묻자 "쾌속선에서나 보여주는 영상 아닌가? 못 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승객 31명을 태운 여객선은 목포항을 출항할 때 1·2층 객실 모니터로 구명조끼 착용법·비상탈출 경로·소화기 위치 및 사용법 안내 영상을 약 5분간 방송했다.
김 씨 일행은 갑판에만 머물며 바다 경치를 즐기느라 해당 영상을 보지 못했지만, 15명이 자리했던 2층 객실에서도 이를 눈여겨보는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승객들은 잠을 청하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등 저마다 휴식을 취할 뿐 바다로 나서는 배에서 위기 상황 대응법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여객선이 목포항을 벗어나자 수㎞ 떨어진 신항 철재부두 위로 올라온 세월호 선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승객들 관심사가 자연스레 세월호 참사로 모였다.
승객 백모(56·여) 씨는 "어떻게 선장이라는 사람이 그 많은 승객을 버리고 도망갈 수가 있느냐"며 혀를 끌끌 찼다.
백 씨에게 '이 배도 만약 위험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는 "구명조끼부터 찾아 입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구명조끼 위치를 물어보자 백 씨는 그제야 주위를 둘러봤다.
백 씨가 있던 2층에는 객실과 갑판에 어른용 153개, 어린이용 16개 등 구명조끼가 모두 169개 마련돼 있었다. 승객 대다수가 이용하는 2층의 여객정원은 145명이다.
배가 외달도 선착장에 이르자 3.5t 트럭과 농업용 트랙터가 뭍으로 나가기 위해 화물칸에 올랐다.
차량 바퀴 앞뒤로 고임목을 받치고, 고박(결박) 벨트를 조이는 승무원 손길이 바빠졌다.
한 섬 주민은 승무원과 인사말을 나누다가 "(세월호 참사) 전에는 대충대충 했는데 이제 그렇게 했다가는 큰일 나지"라고 말했다.
여객선에서 고박 작업을 담당하는 승무원은 검표 업무도 맡고 있는데 승·하선 승객 신분증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승무원은 "세월호 침몰 후 안전을 챙기는 승객이 많았었다. 배를 자주 타는 섬 주민보다는 주로 관광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사 이후 화물 검수와 고박 강화, 승객 신분 확인은 철저해졌다"며 "다만, 안전조처에 관심 보이는 승객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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